[플라자] ‘무어의 법칙’이 다시 살아난다면?

입력 2023-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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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영면한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인텔의 공동창업자로 1965년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발표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다수가 무어의 법칙에 대해 알 것이다. 그래도 간략하게 설명하면 반도체 직접회로 위의 트랜지스터 수가 약 2년마다 2배씩 지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이 무어의 법칙은 2016년 인텔에 의해 멈춰졌다. 2014년 이후 컴퓨터의 성능 개선 속도가 완연히 줄었다. 인텔을 기준으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선폭은 14나노미터를 유지했고, 2020년부터 올해까지 10나노미터에 머물렀다.

다이아몬드 기반 반도체, 성능 획기적 향상

무어의 법칙은 자연법칙은 아니며 일종의 차별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전략에 해당한다. 반도체 집적도를 2배 늘리기 위해서는 반도체 선폭을 70%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인텔의 결정은 반도체 공정에 2년마다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아울러 그들의 시장 우위를 바탕으로 게으른 혁신을 하겠다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인텔의 결정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어의 법칙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물리 법칙상 선폭을 무한히 줄일 수 없다. 선폭을 분자 이하로 줄일 수 없으며, 1나노미터 이하에서는 양자 터널링 현상으로 반도체가 도체가 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물리 법칙에 따르면 무어의 법칙은 지속될 수 없을 것같이 보인다. 그런데 무어의 법칙이 다시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 대신 다이아몬드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제조하면 성능을 10만 배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전자 대신 광자를 이용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 실리콘-게르마늄 합금 사용, 나노 구조가 원자 수준에서 스스로 제조되는 분자 자기 조직화와 같은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제조 공정 등 다양한 대안 기술로 무어의 법칙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기는 한데, 델파이 분석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면 2030년 이후에 이 법칙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무어의 법칙이 다시 살아나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에 출판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45년 초지능이 출현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추론의 배경에는 무어의 법칙이 있었다. 무어의 법칙이 지속된다면, 2045년에 한 개의 반도체 칩 위에 실린 트랜지스터의 수가 전 인류의 뇌세포를 합한 수보다 많게 된다. 이때가 되면 초지능이 출현할 것이며, 이후 인류는 돌아갈 수 없는 특이점을 지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초지능이란 일반인공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다만 그의 주장은 다양한 비판을 받는다. 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는 그를 기술복음주의라고 비판하고, 미래학계에서는 그의 주장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며, 사회변동이 다양한 맥락이 융합된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한다. 특이점의 도래와 같은 자극적인 주장을 제외하고 보다 진중한 질문을 생각해야 한다.

칩기술 경쟁이 가져올 미래 질문해야

미중 글로벌 패권 다툼에 있어 새로운 칩 기술 경쟁이 경제·정치적 긴장을 더욱 격화시키고 새로운 IT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까? 생성인공지능 학습 및 운영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생성인공지능의 쓰임새가 전방위로 확산될까? 메타버스의 기술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할 수 있을까?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는 어떤 기회와 위험이 있을까? 사물통신에서 로봇산업까지 디지털 전환의 속도는 얼마나 빨라질까? 사물통신을 위한 SoC(System on Chip) 설계와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클라우드 컴퓨팅 아키텍처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등장하게 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을까?

이들 질문 중 일부는 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산하 미래연구 기관의 2023년 보고서를 참고했다. 독일의 반도체 산업 비중이 높지 않으며, 미중 패권 다툼에 따른 영향력이 낮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사회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더욱 진지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질문을 만들고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그것이 문제다.

윤기영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미래학),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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