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사라진 ‘100-나이의 법칙’…나이 들어도 주식에 베팅

입력 2023-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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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주식 비중 줄이라는 오랜 투자조언
최근 미국서는 통하지 않아
고령 투자자들 여전히 주식 선호
베이비붐 세대 주식 보유 비중 56%
애플 등 장기 투자, 예금보다 낫다는 인식 커진 영향

▲미국 피츠버그에서 18일 열린 전국 시니어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90세의 로버트 알리지가 경기에 나서고 있다. 피츠버그(미국)/AP뉴시스
▲미국 피츠버그에서 18일 열린 전국 시니어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90세의 로버트 알리지가 경기에 나서고 있다. 피츠버그(미국)/AP뉴시스
미국에선 오랜 기간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사랑받아온 법칙이 있다. 바로 ‘100-나이의 법칙’이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만 위험자산에 투자하라는 이 법칙은 나이가 들수록 주식투자와 같은 위험을 줄이고 금이나 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에선 이 법칙이 통하지 않고 있다. 뉴욕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지만, 고령 투자자들은 여전히 주식 매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주식 보유 비중은 올봄 56%까지 올랐다. 80세를 넘보는 이들은 주식 보유 비중이 가장 높았던 1990년대 이후 다시 한번 주식에 뛰어들고 있다. 또 여론조사 기관 갤럽에 따르면 4월 65세 이상의 63%가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수치는 50%를 조금 웃돌던 2000년대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애플 주가 추이. 25일(현지시간) 종가 193.62달러. 출처 CNBC
▲애플 주가 추이. 25일(현지시간) 종가 193.62달러. 출처 CNBC
이러한 변화는 미국 주식이 점점 안전자산으로 변모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특히 대형주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불안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고, 고령 투자자도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자산이 되어가고 있다.

일례로 콜로라도에 거주 중인 한 전직 변호사는 올해 74세지만, 20년 넘게 애플에 투자하고 있다. 2001년 9월 26일 애플 주식 500달러어치를 처음 매수했던 그는 100-나이의 법칙대로라면 보유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26%로 낮춰야 했다. 그러나 그는 “애플 주식은 가장 안전하게 돈을 둘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 사이 애플 주가는 700배 넘게 올랐고 시가총액은 올해 3조 달러(약 3839조 원)를 돌파했다. 결과적으로 이 투자자에겐 도중에 주식을 파는 게 더 위험한 일이었던 셈이다.

▲일본 도쿄의 닛케이225지수 현황판 앞에서 18일 한 노인이 땀을 닦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도쿄의 닛케이225지수 현황판 앞에서 18일 한 노인이 땀을 닦고 있다. 도쿄/AP뉴시스
반면 일본 주식시장에선 여전히 100-나이의 법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 결과 일본 개인 금융자산의 30%에 해당하는 600조 엔(약 5445조 원)이 65세 이상의 예금으로 묶여있다.

닛케이는 “주식이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일본에선 100-나이의 법칙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러나 애플처럼 경기순환을 넘어 성장하고 고령자의 ‘돈 둘 곳’이 되는 기업이 늘어난다면 시장은 돈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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