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탄핵하라” “표정도 관리하나”...與 '빅샷'들의 기싸움

입력 2023-07-27 15:46 수정 2023-07-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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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한동훈과 라이벌처럼 경쟁
한동훈,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치할 운명
발언권은 정지되지 않은 홍준표

총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권 '빅샷'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권으로 가는 길목인 내년 총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암묵적인 기 싸움이 벌어졌다는 게 여권 안팎의 해석이다.

◇탄핵은 노림수? 원희룡, 연이은 광복 행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원 장관이 관련 부처 등과 협의 없이 사업 중단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원 장관은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6일 오후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법을 위반했으면 탄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의 자료 요구 요청에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라 적힌 팻말을 가리키며 “결론이 이미 났네요? 탄핵까지 하실거냐”며 먼저 탄핵을 언급했다. 장 의원이 펄쩍 뛰며 원 장관의 태도를 지적하자 “법 위반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장관이 5가지나 법을 위반했으면 탄핵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또 민주당 김수흥 의원과도 서로 “직을 건다”며 설전을 벌였다. 그는 “같이 (직을) 걸어서 반갑습니다”라고 하자 김 의원은 “그렇게 비아냥거리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이러한 행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한 장관이 민주당과 각을 세우며 여권 대권 주자로 부상하자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진중권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한동훈 장관이 저러니까(민주당을 향해 각을 세우니) 원희룡 장관이 경쟁이 붙어서 라이벌처럼 같이 뜨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권 행보와 동시에 내년 총선에서 경기 고양갑 자객공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수도권 선거에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인지도 있는 정치인이니 수도권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표정도 관리하나” 민주당 쌍칼 한동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여권 차기 정치 지도자 1위를 달리고 있는 한 장관은 계속해서 민주당 의원들과 각을 세우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범계 의원과 거친 공방을 이어갔다. 박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에 대한 판결문을 읽으며 한 장관을 향해 “왜 엷은 미소를 띠고 있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제 표정까지 관리하는 것이냐”며 신경전을 벌였다.

한 장관은 특히 최 씨에 관한 질의에서 “이 사안은 사법 시스템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민주당처럼 이화영 전 지사의 진술을 번복하기 위해 사법시스템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재판 내내 없었다”며 박 의원을 도발했다.

한 장관의 이런 태도를 두고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남 말투’라고 회자된다. 반대 진영에서는 특유의 ‘깐죽거리기’로 통하지만, 이것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순위에서 여권에서는 한 장관이 11%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당 지도부가 존재감이 없다는 점에서 한 장관의 총선 출마설은 당에서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이슈다. 한 장관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총선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1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느냐 안 하느냐는 본인 판단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한 장관에겐 정치를 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를 하거나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안 나온다면 서울시장에라도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개는 숙였지만...할말 하겠다는 홍준표

▲<YONHAP PHOTO-3314> 기자 질문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7.17    toadboy@yna.co.kr/2023-07-17 14:52:56/<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YONHAP PHOTO-3314> 기자 질문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7.17 toadboy@yna.co.kr/2023-07-17 14:52:56/<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한편, 수해 중 골프로 논란을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를 두고 처음에는 홍 시장이 내년 총선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홍 시장은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서 지지자들에게 “발언권은 정지되지 않았다”며 당 지도부와 총선과 관련된 현안에 개입할 것을 시사했다.

당에서도 홍 시장의 특성상 발언을 계속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일종의 직업병”이라며 “침묵 모드로 가면 홍 시장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21일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발언권 정지라면 큰 제재가 될 것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이 총선 국면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 의원은 “홍 시장이 누구 뭐 공천 주지 마라, 예를 들어 하태경 공천 주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적이 있다"며 "TK(대구·경북)에 한정된 분이 아니다. 오만사에 다 개입을 하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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