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비 또 오나요[이슈크래커]

입력 2023-07-27 15:28 수정 2023-08-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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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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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지루했던 장마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기상청이 ‘장마 종료’를 공식 선언한 것인데요. 높은 습도로 불쾌 지수까지 덩달아 높아졌던 장마가 끝났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한편으론 의문이 듭니다. 아직 7월 밖에 안됐는데 장마가 벌써 끝났다니요.

기상청은 장마는 끝이 났지만 장마에 버금가는 강한 비는 계속 쏟아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후변화 때문인데요. 우리나라는 온대기후 이지만 최근 동남아 아열대 기후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기 불안정에 의한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스콜’과 양상이 비슷한 게릴라성 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건데요. 이에 한반도에서 ‘장마’의 특성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장마는 과학적으로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단어가 된 만큼 ‘장마’ 표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올해 장마, 역대 3번째 강수량 기록

지난달 25일 시작돼 역대급 폭우와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낳았던 올해 장마가 26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종료됐습니다.

기상청은 25일 제주도, 26일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에 내린 비를 마지막으로 장마가 종료된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올해 장마 기간은 전국(중부·남부·제주도) 31일로 평년과 비슷했지만 강수량은 648.7mm로 전국 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래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역대 1위(2006년)와 2위(2020년)의 장마기간이 길었고 강수일수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장마 기간 중 강수일수 대비 강수량(강우강도)은 올해가 이 두 해보다 많았습니다.

특히 동서로 길이가 길고 남북으로 폭이 좁은 ‘띠’ 형태로 좁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린 탓에 충청·경상·전라권에 집중호우를 쏟아냈는데요. 전라권에선 역대 가장 많은 장맛비가 쏟아진 해로 기록됐고 경상권과 충청권은 각각 역대 두 번째, 세 번째로 비가 많이 내린 해로 기록됐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올해 장마는 또 다른 기록을 쓰기도 했는데요.

이번 장마기간 중 비가 내린 날은 20.5일로 평년(17.3일)보다 4일가량 많았습니다. 가장 많은 비가 퍼부었던 2006년과 2020년의 장마기간 강수일수가 각각 27일, 28.7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장마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를 쏟아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장마는 한 달 남짓한 기간이었는데 막상 비가 내린 일수는 21일에 불과합니다. 강수일수를 강수량으로 나눠 강수 강도를 산정해 보면 올해가 30.6mm로 장마철 평균과 비교해보면 1.5배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2006년 26.1mm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데요. 올해 짧은 시간에 그만큼 비가 많이 쏟아졌다는 것입니다.

또 이번 장마 특징으로 6월 25일부터 7월 12일까지 전반부와 7월 13일부터 25일까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전반부에는 정체전선에서 발달한 중규모 저기압이 대기불안정에 의해 강한 비가 내렸는데요.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와 영등포구, 동작구에 시간당 72mm의 ‘극한오후’로 한때 긴급재난문자가 발령되기도 했습니다. 후반부에는 정체전선이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면서 매우 강한 비를 뿌렸습니다. 이 기간 전북 429.3mm, 충남 425.1mm, 충북 390.5mm에 내린 장맛비는 각 1년 강수량의 32.4%, 33.4%, 31.0%에 해당합니다.

올해 큰 피해를 남긴 장마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집중호우가 쏟아질 수 있어 장마가 끝나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에 각종 침수 피해를 입힌 시간당 141.5mm, 하루 280여mm의 집중 호우는 장마가 끝나고 내렸는데요. 올해도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형성됐던 정체전선에 의한 비구름의 영향이 끝나고 국지적 대기 불안정에 의한 강한 소낙성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기상청은 주말까지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전북 등에 비가 내린다고 예보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다음 달 2일 이후에도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대 요란의 경로에 따라 비가 내릴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정체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과 함께 북한으로 북상함에 따라 당분간 우리나라는 폭염과 함께 국지적 대기 불안정에 의해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낙성 강수가 내리는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500년 넘은 ‘장마’ 용어 바뀌어야 하나

때문에 사람들은 장마가 진짜 끝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기상청은 장마가 끝이 난 것은 맞지만, 장마 때처럼 많은 비가 쏟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 강수 피크가 자주 여러 차례 나타나고 7월말~8월초 휴지기 이후 2차 강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기상청이 발간한 ‘2022 장마백서’에 따르면 6월 초 건기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장마가 끝난 뒤 8~9월 사이 나타나는 2차 우기의 시작 시점이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2차 우기의 경우 과거에는 8월 말 한 번의 강수 집중이 존재했지만 1994년 이후부터는 8월 초와 8월 말 두 차례의 강수 집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장마가 끝났다고 믿었던 8월 초에 중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는 등 전국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기상학계 관계자들은 장마 이후 8월부터 9월 초순까지 강수현상도 더욱 빈번해지고 미래에는 장마 강수량이 증가하고 강도는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이러한 강우 패턴의 변화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재산 보호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폭넓은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마백서 작성을 이끈 서경환 부산대 교수(환경과학과)는 “장마철 강수량이 가까운 미래(2020~2039년)에는 최대 5% 증가하고 21세기 말(2080~2099년)에는 최대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서 교수는 “현재처럼 휴지기 이전 시기만 정의하는 장마 대신 전체적으로 여름철 우기로 재정의해 기존 1차 우기인 장마기간 이후에도 자주 나타는 강수 현상을 2차 우기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요. 1차 우기인 장마기간 이후 내리는 비에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에서 형성된 정체전선이 초래한 기상현상’으로 정의되는 ‘장마’라는 용어를 적용하긴 적합하지 않아 ‘2차 우기’라는 표현을 제안했습니다.

‘장마’는 우리나라에서 1년 중 가장 많은 비가 집중되는 기간을 의미하는데 기후변화 여파로 퇴출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선 처음으로 여름철 강수를 예보할 때 ‘장마’라는 단어를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적절한 단어를 찾기 전까지 장마라는 단어 사용을 줄이고 객관적 정보인 강수량·강수 기간만 예보하자는 것입니다.

이미 기상청은 ‘장마’라는 단어를 수정하자는 공식 논의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해 10월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를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장마가 ‘1년 중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때’라는 의미를 잃으면서 ‘여름철 오랜 비’를 표현할 다른 용어를 찾고 있습니다.

장마는 순우리말로 500년 전부터 쓰였는데요. 일각에선 ‘우기(雨期)’ 등 표현이 거론되고 있지만 수백 년간 쓰인 용어를 대체하는 작업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은 10월 열리는 가을학술대회에서 장마 용어 재정립을 위한 특별 세션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마 시작을 한참 앞둔 어느날 ‘이상 기후로 7월 내내 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괴담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는데요. 국내외 기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폭우·폭염과 같은 극한기후 현상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지금 지구의 거의 모든 곳, 특히 바다의 온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져 있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현상은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출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극한기후가 일상화되고 기후변화로 각종 불확실성이 증가한 요즘, 극한기후의 일상화에 맞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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