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살해' 징역 30년 받았던 아내…대법, 유죄부분 ‘전부 파기’

입력 2023-07-27 16:01 수정 2023-07-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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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 니코틴 원액 넣은 음식 먹게 해 숨지게 한 혐의
1‧2심 징역 30년…대법 “합리적 의심 없도록 입증 못해”

니코틴 원액이 섞인 음식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형을 받았던 30대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전부 파기했다.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무죄를 추정하는 형사 대원칙이 적용됐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쟁점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A 씨는 2021년 5월 남편 B 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넣은 미숫가루 음료, 흰죽, 찬물을 섭취하게 하는 방법으로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나왔다. 수사기관은 A 씨가 내연남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B 씨의 재산과 사망보험금 등을 취득하기 위해 B 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은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며 유죄를 인정, A 씨에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살인 공소사실 중 일부, 즉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게 한 부분은 무죄로 봤지만 징역 30년을 선고한 1심 형량을 유지했다. B 씨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가 “니코틴이 경구 투여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B 씨가 응급실에 다녀온 뒤 A 씨가 준 찬물을 마신 직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한 점을 고려했다.

원심 재판부는 “B 씨가 숨지기 직전에 섭취한 것은 A 씨가 건넨 찬물밖에 없으므로 사인의 원인을 찾자면 마지막으로 마신 찬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과량의 니코틴 경구 투여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증거 방법으로서 의미가 있을 뿐, 이로써 ‘피고인이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피해자로 하여금 음용하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살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자유 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원심 판결 전부를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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