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투자금 유턴할라” 글로벌 금융시장, 긴축 방향키 튼 일본은행에 초긴장

입력 2023-07-30 14:06 수정 2023-07-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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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입장 선회…장기금리 0.5% 넘어도 용인
10년물 국채 금리 최대 1% 도달 가능성
해외로 떠났던 일본 투자금 ‘유턴’ 불안
장기 완화기조에 일본 해외 증권투자액 10년새 70% 급증
“미국·유럽·호주 등 자금 유출 직면 가능성”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28일 도쿄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치고 나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28일 도쿄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치고 나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긴축 기조에도 경기 부양을 위해 완화 기조를 고수해왔던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 쪽으로 소폭 선회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 상태에 빠졌다. 일본은행의 정책 선회에 그동안의 저금리 환경 속에서 해외로 유출됐던 500조 엔(약 4526조 원)이 넘는 ‘완화머니’가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되 ±0.5% 안에서 허용한다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유지하는 대신 0.5%를 일정수준 웃돌더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용인하기로 했다.

YCC는 장기금리 목표치를 설정해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중앙은행이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금리 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정책이다. 일본은행은 그간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0.5%를 넘지 않도록 YCC 목표치를 정해놓고 있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금융정책 정상화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84개 중앙은행 중 87%가 지난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일본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커졌다. 일본은행의 입장 변화로 10년물 국채 금리가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1%에 도달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일본은행의 완화 기조 속에서 해외 투자로 눈을 돌렸던 ‘엔화’ 투자자들이 일본으로 ‘유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요동쳤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발표된 직후 호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0.55%포인트(p) 상승했고, 필리핀 10년물 국채 금리는 0.1%p, 말레이시아는 0.035%p 각각 올랐다. 그만큼 이들 국가의 채권 가치가 하락했다는 이야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출입 기자이자, ‘연준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에 대해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행이 완화 기조를 고수하는 동안 고수익을 좇아 해외로 눈 돌린 엔화 투자자금이 크게 급증한 상태다. 일본 재무성이 집계한 대외자산 부채잔고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투자액은 지난해 말 531조 엔으로 10년 새 약 70% 급증했다. 환율 변동 위험이 없는 일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해외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일찌감치 이 같은 리스크에 주목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4월 국제금융 안정성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의 10년간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에 나섰다”면서 “일본은행의 정책 변경으로 미국과 유럽,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자금 유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5월 공개한 금융시스템 안정 관련 보고서에서 “일본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 투자금의 본국 회귀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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