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 취업난에 ‘정규직 자녀’ 유행

입력 2023-07-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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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돕고 부모로부터 월급 받아
미국 ‘조용한 퇴사’와 같은 맥락
Z세대 청년 5명 중 1명 실업자 현실 반영
“치열한 학업 경쟁 산물” 분석도
국가적 골칫거리…인구구조 악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중사범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한(중국)/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중사범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한(중국)/로이터연합뉴스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중국에서 다 큰 성인이 집안일을 돕는 대가로 부모로부터 월급에 준하는 용돈을 받는 ‘정규직 자녀’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춘에 따르면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풀타임딸(FullTimeDaughter) 또는 #풀타임아들(FullTimeSon) 해시태그가 각각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중국 소셜 사이트 더우반의 커뮤니티 포럼에는 4000명이 넘는 ‘풀타임 자녀’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외출하고, 요리나 청소 등 집안일을 하면서 중국인 평균 급여만큼의 수당을 받는다. 실제 하는 일은 관리인, 개인 장보기 도우미, 가정부와 비슷하다. 또 대부분은 부모의 집에서 무상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정규직 자녀’의 등장은 중국의 심각한 청년 실업률에서 기인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21.3%로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 Z세대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구직 의사를 아예 접은 젊은이들을 포함하면 중국 청년의 절반 가까이가 놀고 있다는 추산도 있다. 장단단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에서 구직 의사를 접은 ‘탕핑족(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들)’과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해 사는 ‘캥거루족’을 포함하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3월 기준 46.5%까지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은 자녀가 ‘탕핑족’이 되느니 차라리 이렇게라도 일을 시키는 것을 택한 것이다. 자신을 ‘풀타임딸’이라고 소개한 한 중국 청년은 더우반에 올린 글에서 “요리를 좋아한다. 가족을 위해 평일 내내 점심과 저녁을 요리하고 있다”며 “부모님은 제 생활에 간섭하지 않고 돈을 주신다. 매일 매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포춘은 이러한 현상이 미국의 ‘조용한 퇴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용한 퇴사란 최근 MZ세대가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한 경쟁을 거부하고 직업적 야망을 갖지 않으며 편안하고 최소주의적인 미니멀리스트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일종의 반문화 운동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치열한 학업·경력 경쟁이 패배주의와 번아웃(무기력증)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규직 자녀’를 과연 직업으로 인정해야 할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국가적 입장에서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당장은 이들이 부모의 경제력 그늘에 있는 만큼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많은 수의 실업자가 사회 변두리에 머물며 공산당 통치 체제의 잠재적 위협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높은 청년 실업률은 결혼과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져 인구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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