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거리로 나온 교사들의 절규

입력 2023-08-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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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공공기관 간담회 자리에서 모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당연히 대화의 초점은 교권침해에 집중되었다. 실제로 초등학교 내에서 교사의 교권 그리고 인권침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이야기가 오가던 중 한 분이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대학은 그래도 학부모의 목소리가 크지 않아서 좋겠어요.”

교권은 약하고 학생인권은 과보호돼

초등학교에서의 교권침해는 이미 십 년 전부터 줄기차게 거론된 이슈였다. 2015년 교육발전연구소의 학술지인 ‘교육혁신연구’에 게재된 ‘교권침해 실태에 대한 중학교 교사의 인식조사’ 논문을 살펴보면 중학교 현장에서도 교권침해 정도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유형은 폭언 및 욕설과 수업진행 방해가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연구결과다. 교권침해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국내 공교육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다. 대학은 그 정도가 초등 및 중·고교에 비해 덜할 뿐이지 일부 대학에서도 성적평가에 대한 항의 그리고 휴학과 관련된 학부모의 일방적 압박이 종종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는 ‘스승의 은혜’를 노래로 강조하지 말라고 훈계한다.

문제는 교육 현장에서 교육자의 교권을 지나치게 좁게 한정하고 학생의 인권을 지나치게 강화, 과보호했다는 데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학술지에서 교권침해를 연구주제로 제시, 공교육 교실붕괴를 우려한 학술논문은 무려 50편이 넘는다. 학생에 대한 지나친 과보호가 공교육 현장의 부실과 붕괴를 초래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선생님들과 대화해 보면 10명 중 9명은 성실하고 바른 학생들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러나 교사의 단호한 통제와 지시가 필요한 일부 문제 학생에게도 과보호가 동일하게 적용되다 보니 학교는 문제아 한 명이 교사를 농락하고 다른 학생들을 억압하는 기이한 장소로 전락한다.

학교는 지난 세월 학부모에게 불신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촌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부 교사들 그리고 학생을 구타와 복종의 대상으로 삼았던 권위적이고 몰지각한 교사가 학교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그러나 이 또한 극소수였고 지난 30년간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짐과 동시에 교육계에서도 다양한 교육방식이 널리 교사들에게 제공되면서 학교도 자정 기능을 되찾아갔다. 다만, 지금의 문제는 몰지각한 학생을 단호하게 훈계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문제 학생의 인권이 교육자의 인권보다 결코 우선될 수는 없다.

교육 현장이 무너지면 나라 미래 없어

대중은 학교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일선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 항의하지만 학교 입장에서 이를 딱히 규제하거나 처벌할 방법은 없다. 거친 언행을 보이며 학생과 선생님을 조롱하고 농락하는 학생을 따끔히 훈계하고 통제하는 순간 학부모의 또 다른 폭언과 변호사를 대동한 법적고소 협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사교육에 의해 밀려난 지 오래고 공교육에서 가르쳐야 할 인성과 품성은 문제아 학생의 난동에 의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라도 교권침해 및 교사에 대한 폭력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책임 등 형사 처벌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현장이 무너지면 학교의 미래, 더 나아가 나라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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