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반도체도 안 돼”…미국, 중국 반도체 숨통 죈다

입력 2023-08-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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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당국, 생산 확대 억제 새 전략 논의
중국, 구세대 기술 반도체 생산 총력
스마트폰·전기차 등에 사용…글로벌 산업에 필수
건설 계획 중 공장 26곳…미국 16곳 웃돌아

서방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제재에 이어 구형 반도체 생산 확대를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 당국이 중국이 구형 반도체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생산 확대를 억제하는 새로운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처를 할 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아직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라면서도 “모든 선택지가 의제로 논의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 장관은 지난주 보수계 싱크탱크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AEI)가 주최한 패널 토론에서 중국의 구형 반도체 생산 확대 움직임을 언급하며 “구형 반도체 등에 대한 초과 생산 여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이 쏟아붓는 자금을 앞서 나가려면 우리가 이에 대해 생각하고 동맹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첨단반도체는 물론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또 중국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외국 기업은 개별 심사를 받게끔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조치가 1년간 유예된 상태다. 일본과 네덜란드도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산업 옥죄기에 동참했다.

▲중국 오성홍기를 배경으로 반도체 칩과 노동자 미니어처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오성홍기를 배경으로 반도체 칩과 노동자 미니어처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규제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액 역시 23% 줄었다. 에밀리 벤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수출 규제로 중국이 특정 자원을 얻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더 큰 비용이 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기술자립을 위한 노력도 미국의 제재 여파로 인해 결실을 맺는 데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은 규제의 틈을 파고들어 첨단 반도체가 아닌 구형 반도체 생산 확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2∼2026년 중국에서 만들어질 8인치(200㎜)·12인치(300㎜) 웨이퍼 팹 공장은 26곳으로, 미국의 16곳을 앞설 전망이다.

구형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10여 년 전 도입된 기술인 28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이상의 장비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여전히 스마트폰과 전기차, 군용하드웨어 등에 들어가 글로벌 산업 전반에 여전히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에 서구권은 중국이 경제와 안보상의 이유로 구형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나 해당 분야에서 서방 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중국도 서방의 대중 기술 수출 규제에 맞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초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일부 드론과 관련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한편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러몬드 장관의 방중 기간 양국이 반도체 수출규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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