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테마가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그룹주(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만이 아니라 이차전지 테마 전반으로 열기가 확산됐다. 한여름 불볕더위가 무색하다. 일부 종목은 최근 단 하루에 40% 넘는 황당한 변동 폭을 보였을 정도다.
그 기세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는 널려 있다. 지난달 코스피·코스닥에서 거래대금 8조 원 이상을 기록한 11개 종목 중 8개가 이차전지 관련주다. 금양(199.62%), 포스코DX(127.87%), 포스코인터내셔널(126.10%)은 7월 중 주가가 곱절 이상으로 급등했고 에코프로비엠(68.27%), 포스코홀딩스(65.46%), 에코프로(60.08%), 포스코퓨처엠(49.29%) 등도 이례적 시세 분출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매매주체별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순매수 규모는 개인이 1조8903억 원에 달했다. 외국인이 8185억 원 순매수하고, 기관이 2조5569억 원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상반기 개인투자자 순매수 동향을 분석한 한 증권사 자료에서도 포스코홀딩스(4036억 원), 에코프로(1916억 원), 에코프로비엠(1861억 원)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개미투자자가 급등세를 이끌었다는 뜻이다.
현대의 병리 현상으로 지목되는 증후군이 있다. 자신만 소외될까 봐 불안에 떠는 ‘포모(FOMO) 증후군’이다. 이차전지 광풍을 포모 증후군이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경고음이 폭넓게 번지고 있다. 이차전지는 미래 성장성이 다각도로 확인되는 유망 분야이지만 주가수익비율 등 여러 측면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관련주들의 신용융자 잔고가 근래 증가한 것도 경계할 대목이다.
공매도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공매도 거래금액 순위를 보면 1위 포스코홀딩스(2조5486억 원)부터 8위까지가 모두 이차전지 관련주였다. 8개 종목의 공매도 거래금액 합산액은 7월 총 공매도 거래금액의 38.8%에 달한다. 이차전지 회사 임원들의 자사 주식 매도가 지난달에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유념할 일이다.
개미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기업 실적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객관적인 평가보다 입소문 등이 더 중시되는 ‘밈 주식’에선 필연적으로 큰 거품이 끼고 결국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낳기 일쑤다. 과거 닷컴버블이 전형적이다. 당시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골드뱅크, 로커스 등 다수 종목이 증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다 종국에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일부 종목은 상장폐지까지 됐다.
이차전지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역 후보로 꼽힌다. 과거 닷컴버블 종목들과는 다른 길로 나아갈 것이란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 의지해 위험 회피를 등한시하는 것은 위태롭다. 지금은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상 추세로 인해 투자 환경부터 녹록지 않다.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고 위험을 줄이는 혜안이 필요하다. 적어도 포모 증후군에 휘말려 큰 손실을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