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원화강세"…수출전략 다시 짠다

입력 2009-05-13 16:25 수정 2009-05-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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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중심으로...원달러 환율 1200원 붕괴 대비

정부가 수출전략을 다시 짠다. 올해 1분기 고환율로 예상외 실적을 거두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당분간 원화강세(환율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도 석달새 50%나 껑충 뛰어올라 기업들의 채산성이 상당폭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출전략 새로 수립한다

수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14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이동근 무역투자실장 주재로 수출 관계기관 회의를 갖는다. 이날 회의엔는 무역협회, 코트라 등 관련 기관과 각 업종 단체 관계자 약 20여명이 참석한다.

최근 원화강세가 가파르게 나타나는데다 유가도 오름세여서 업계의견을 듣고 수출대책을 수정할 방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업종별로 견딜 수 있는 환율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핵심포인트"라며 "업종별로 손익분기점 환율이 다르지만 전체 평균 환율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2일 1570.3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200원대로 뚝 떨어진 상황이다.

그동안 원화 약세로 해외에서 국산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효과가 사라져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다만 보통 환율이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출입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요 지원 대상을 기존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산업 위주에서 환율 변동 위험에 취약한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는 등 수출 전략 수정방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32.8%나 감소하고 무역적자도 30억달러에 육박하자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업계가 원하는 것은 환율의 안정이며, 너무 급속한 환율 하락으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이 석달 사이에 50% 가까이 뛰어오른 것도 정부가 기존 수출 계획 수정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 됐다.

12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0.62달러 오른 57.37달러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이는 지난 2월19일 올해 최저치인 40.10달러를 기록한 이후 무려 43%나 오른 것이다.

최근 유가 급등은 세계 경기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낙관론이 퍼지면서 석유 수요가 늘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7월까지는 매달 40억~50억씩 무역흑자가 날 것으로 보이지만 8월 이후 전망은 좋지 않다"며 "환율 1200원선이 깨질 가능성이 큰 만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평균 유가 65달러 전망

한편 원화강세 기조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올 하반기 유가가 60~70달러선으로 오르며 원유와 원자재 수입금액 증가로 무역흑자폭이 대폭 줄어들거나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하반기 평균 환율 1100~1200원, 유가 60달러 수준일 때 연간 무역흑자를 20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배럴당(두바이유 기준) 평균 64.9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실장은 "환율은 올 연말까지 더 하락할 것"이라며 "환율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의 환율 하락 영향은 3분기나 되야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실장은 "당초 정부의 전망치 150~200억달러는 너무 보수적이었고 환율 상승효과가 6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의 목표치는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환율 하락 효과가 나타났을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경기부양책과 함께 내부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율과 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기업들이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애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전망한 것처럼 1200원대나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상대적인 경쟁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원가절감, 물류 효율화, 구매합리화 등을 추진하면서 추가적인 환율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달러, 엔 등 통화별로 지급할 돈과 들어오는 돈이 매칭을 이룰 수 있도록 자금 운용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200원 이하로 떨어지면 어려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 원가 절감 등의 대응 방안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환율 효과에 의존하기보다는 원가 절감을 통해 차량 생산비용을 대폭 줄이고 해외 현지 생산분을 늘리는 등 환율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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