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당국 "경남은행장, 현행법 근거 제재할 수도"…경남은행장은 공식 사과[말 뿐인 내부통제]

입력 2023-08-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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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 앞뒀지만
내부통제 준수 등 검사 결과 관건

BNK경남은행 한 간부급 직원이 5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횡령·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태가 경남은행장 징계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이후 내부통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세운 뒤 발생한 첫 대형 사고인 데다 현행 법령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스템적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 전이고,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3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남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과 관련한 CEO 제재는 검사 결과에 따라 대상자와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며 “책무구조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고 해서 CEO를 제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법령하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어 해당이 되는 사안인지 검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내세우는 관련 법령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24조를 말한다. 지배구조법 24조에는 금융사가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만 명시돼 있을 뿐, 실질적 운영 방식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이어져 왔다. 2020년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으나, 대법원은 손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준수가 아닌 기준 마련의 의무만 있어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6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금융회사 CEO가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하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시스템적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 CEO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아직 법안 개정 전이라 경남은행 사태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지배구조법 개정이 안 된 상황이라 이번에도 지배구조법 24조를 들어 내부통제 기준 마련에서 실질적인 흠결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뿐”이라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는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범위가 넓어 제재 수위나 (전·현직) 대상을 함부로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경탁 경남은행장, 사태 수습 위해 공식 사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은행권에서 각종 횡령사고나 문제들이 불거져도 처벌에 대한 메커니즘이 약하다 보니 반복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남은행은 사태 수습을 위해 직원의 횡령 사실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예경탁 경남은행장은 3일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은행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고객과 지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고객님께 조금의 피해도 없도록 할 것이고 횡령 자금을 최대한 회수해 은행 피해도 최소화 할 것"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은행은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분석팀을 신설해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 실시도 검토하는 등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보완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매년 반복되는 은행 횡령 사고…신뢰도 추락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횡령사고 이후 △장기 근무자 비율 제한 △장기 근무 승인시 채무 및 투자 현황 확인 등 사고위험 통제 △명령휴가 대상자 본점 직무까지 확대 △순환 근무제 정착 등을 골자로 한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엄격한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을 통해 금융 사고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당국의 약발은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금융사에서 발생한 임직원 횡령 사고는 7월 말 기준 총 33건으로, 횡령액은 총 592억63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최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횡령 금액만 561억9000만 원으로 올해에 발생한 횡령 사고의 94.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 1건(7억1700만 원) △KB국민은행 1건(2억2300만 원) △우리은행 1건(9100만 원) △하나은행 2건(7200만 원) △NH농협은행 1건(1억8500만 원) 등으로 집계됐다. IBK기업은행에서는 3억2200만 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700억 원 횡령 사고 이후 그룹 차원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중요 과제로 꼽았지만, 올해 6월 전북에 있는 지점에서 한 직원이 91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앞서 3월에는 IBK기업은행의 한 직원이 자신의 주식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객 돈 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즉, 은행들이 말로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의 경각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횡령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라며 “사고가 생겼을 때 CEO의 책임을 묻는 제도를 마련하면 CEO가 관심을 갖고 직원교육을 진행하는 등 경각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4월 검사했지만, 횡령 못 찾아내…관리감독 문제없나

문제는 이들 금융사고가 지난해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혁신안’을 마련, 신속한 이행을 공언한 이후에 드러났거나 발생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최근 경남은행 검사에 나섰지만, 횡령사건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금감원 은행검사2국은 4월 말 경남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경영유의 사항 16건과 개선 사항 30건을 통보했다. 경영유의 사항과 개선 사항은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 성격의 조치다. 당시 검사는 2021년 시기의 내용이 주 대상이었는데 부동산 PF 부서에 근무 중이었다. 금감원은 부동산 PF와 내부통제와 관련한 사항을 지적하긴 했지만, 횡령은 발견하지 못했다.

관리감독이 사전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금감원은 이번 횡령 건이 내부통제 혁신방안 시행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남은행 횡령은 지난해 내부통제 혁신방안 시행하기 전인 2007년부터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번에 걸쳐 발생한 것”이라며 “장기 근무자 비율 제한 등은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만큼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 잘 이뤄지지 않아 경남은행 횡령사고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실시한 검사와 관련해서는 “(당시 검사는)PF 대출의 사업장이 제대로 가동되는지, 건전성 분류가 제대로 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이번 횡령 사고는 PF 대출의 사업 진행과 관계없이 돈이 오가는 자금 관리 문제인 만큼 검사 영역과 대상이 달랐다”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경남은행 사고 조사에 나선 상태다. 조사를 통해 내부통제 혁신안의 미흡한 부분을 연내 보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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