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3층 테니스메트로에 만난 테니스 마니아 30대 이모씨는 숨을 고르며 이같이 말했다.
매장 내 테니스장에서 시원한 스윙을 날리던 이씨는 “그동안 갖고 싶은 테니스 채가 있어도 해외직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어 불편했는데 여기선 체험해 보고 바로 살 수 있어 너무 좋다”며 만족해했다. 그는 “요즘엔 휴가도 다른 곳을 놀러 가기보다는 테니스장이 있는 호텔을 찾아 테니스 치며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계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MZ세대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운동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스포츠케이션’이 MZ세대의 새로운 휴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가 스포츠웨어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기존 스포츠 매장을 새단장하거나 체험형 매장을 속속 열었다.
지난 5월에 문을 연 ‘테니스메트로 롯데월드몰점’은 테니스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 내에 실제 테니스장을 조성해 테니스 체험부터 다양한 상품 구입까지 한 곳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예약을 통해 누구든지 30분간 테니스를 쳐보고 라켓이 본인에게 잘 맞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바로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테니스 용품들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었다. 고가뿐 아니라 중저가까지 다양한 가격의 테니스 용품이 마련돼 있어 초보자도 편하게 접할 수 있어 보였다.
매장 관계자는 “워낙 테니스가 인기라 젊은 고객분들이 많이 찾는다”며 “한자리에서 테니스도 치고 상품도 둘러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롯데면세점 롯데타워점은 스포티앤리치 매장을 단독으로 유치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언뜻 보면 일상복처럼 느껴지는 스포츠 의류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중 스포티앤리치와 라코스테 협업으로 만든 티셔츠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었다.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만든 옷들로 MZ 고객들을 끌어들겠다는 전략은 실제로 통했다. 앞서 스포티앤리치는 아디다스와 협업한 제품들은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좋아하는 운동과 관련된 상품이라면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젊은 고객들 수요에 주목해 입점시키게 됐다”며 “티셔츠 하나에 10만 원대 초반 정도인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로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면세점에서 클래식하거나 고가 위주의 매장들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MZ세대들이 큰 손이 된 만큼 젊은 층들이 좋아할 만한 스포츠 매장을 늘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골프와 테니스, 등산, 필라테스 등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자 스포츠 관련 매출도 덩달아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1~7월 롯데백화점의 스포츠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리뉴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의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뛰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면세점도 2분기 스포츠 카테고리 매출이 1분기 대비 약 40% 이상 크게 올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두 달간의 대대적인 새단장을 마치고 MZ세대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이날 최근 리뉴얼한 신관 8층 스포츠·아웃도어관에 들어서자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웃도어 기능성 의류를 일상복처럼 입는 고프코어룩 브랜드부터 캠핑 브랜드까지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아이템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었다. 고프코어룩으로 유명한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의 매장은 이전보다 공간을 넓혔다. 지난 2월 새단장을 한 신관 7층 골프 전문관도 총 28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다. 굳이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이곳만 둘러봐도 될 정도로 골프 전문 매장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 앞에서 만난 최모(여·27)씨는 20만 원이 훌쩍 넘는 등산화 한 켤레를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다. 최씨는 “2주에 한 번씩 산에 오르고 쉴 때도 등산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라며 “평소에는 아끼더라도 이럴 땐 과감하게 돈을 쓴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의류 브랜드조차 젊은 세대의 트렌트를 반영해 스포츠 라인을 신설하고 있다”며 “이제는 MZ세대들이 선호하는 스포츠 라인을 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수요만큼 공급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만큼 스포츠 매장과 관련 제품군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