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지구 연대’로 풀 후쿠시마 처리수

입력 2023-08-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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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처리수 해양방류 오래된 관행
환경문제는 전세계가 손 맞잡아
지구공동체 기치로 협력 필요해

초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 때 친구들과 워터 파크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지금이야 흔하지만, 필자와 친구들은 1996년 당시 신식 문물이었던 ‘파도풀’에 몸을 맡긴 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었다. 아마 오전 11시경에서 오후 늦게까지, 5시간 이상을 놀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5시간 동안 필자를 포함해 친구들이 단 한 번도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25~30kg 정도의 건강한 어린이는 적어도 3, 4시간에 한 번 종이컵 하나 정도의 소변을 본다. 필자를 비롯한 친구들은 물놀이를 하면서 중간 중간에 슬러시와 아이스크림까지 먹었으니 최소한 한 번은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봤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소변은 어디로 간 것일까? 독자 여러분은 정답을 바로 알 것이다. 우리 모두 어렸을 적 그런 경험이 한 번은 있기 때문이다. 물놀이를 하면서 워터 파크에 소변을 방류(?)한 일 말이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모두 한 번쯤은 해봤을 그 일 말이다. 그렇게 워터 파크가 사실상 아이들의 소변 처리장인 줄 알면서도,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독자 여러분은 올해 처음으로 맞이하는 포스트 코로나 여름을 그곳에서 즐기고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처리수 방류의 문제와 워터 파크의 소변 문제는 유사한 점이 많다. 1954년 세계 최초로 옛 소련에 원자력 발전소가 생긴 이래, 주요 국가들은 알게 모르게 원자력 발전을 통해 발생한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려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워터 파크에서 아이들이 보는 소변과 같이 말이다. 영국은 아일랜드 해에 7만4000여 톤의 핵폐기물을 버렸다. 프랑스는 1967~1969년 동안에만 2만3000여 톤을 대서양에 내다버렸다. 벨기에, 네덜란드와 같이 비교적 규모가 작은 국가들도 각각 2만3100톤, 1만9200톤을 폐기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숫자들은 모두 ‘추정치’이며 정확히 얼마큼의 핵폐기물이 바다에 버려졌는지는 각 국가의 기밀 사항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46년에서 1970년 사이 멕시코 만에 핵폐기물을 컨테이너째 폐기했다. 그 컨테이너의 수만 3만4282개에 달한다. 지금도 해저에서 이 컨테이너들을 수색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니, 정확히 얼마나 버렸는지는 추후에 밝혀질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악당 소리를 듣는 나라는 소련일 것이다. 소련 역시 북극해와 태평양에 원자력 발전으로 인한 핵폐기물을 마구잡이로 버렸다. 핵연료가 남아 있는 발전기를 통째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충분치 않을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단순히 방사능 처리수에 관한 과학적 사실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세계관과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의 문제가 일본만의 문제인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모든 환경 문제는 초국가적으로 일어나며 크건 작건 간에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간은 국경이라는 장벽으로 이동의 제한을 받지만 물, 토양, 공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나라들이 이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같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바다’라는 워터 파크에서 같이 놀고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1976년 세베소 사고, 1984년 보팔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등 지금까지 일어났던 많은 환경 재앙의 사례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는 공동으로 대응해 왔고, 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는 그렇게 공동의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왔다. 인류가 과학기술의 혁신을 멈추지 않는 이상, 초국가적인 환경 재앙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를 방지하고 또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 공동체(earth community)’라는 기치 아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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