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친환경농업 발전 위해 '착한 소비' 필요

입력 2023-08-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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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장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환경오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 각 분야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정책들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농업분야에서는 여러 국가가 '친환경농업'을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해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도 1997년 '친환경농업 제도'를 도입해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경지 면적의 4.6%(약 7만㏊)를 친환경인증으로 육성해 농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농업의 순기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인증면적 특히 유기인증을 확대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달리 국내 산업 환경이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수요 등 친환경농업을 영위하기 위한 농업인들의 여건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최근 5년간 친환경농산물 인증 농가 현황이 어려운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2018년 5만7000호였던 친환경인증 농가 수는 매년 감소해 지난해 5만 호까지 약 13%나 감소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급격한 기상변화로 인한 병해충 방제의 어려움, 친환경 농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경영상 문제 등 여러 사항이 원인으로 진단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제성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며, 친환경농업이 관행 농업보다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많은 농업인들이 경제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행 농업으로 회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그동안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친환경농업 영위에 따른 소득손실 보전을 위해 친환경직불금 지급 등 직·간접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동시에 학교급식 등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우선 공급하는 등 친환경농산물 유통·소비 촉진을 위해서도 다양한 정책들을 도입해 시행했다.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인증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표면적 원인은 친환경농업의 경쟁력에 있다. 상품성, 가격면에서 일반 농산물과 경쟁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소비자의 친환경농업에 대한 인식이라고 본다.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반 농산물보다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반면 수확량이 적은 편이어서 일반 농산물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관상 상품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친환경농산물을 외면하다 보니 시장가격이 높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반 농산물과 비슷한 가격일지라도 그 가치를 바로 알지 못하고 외형적 상품성만을 기준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콜릿은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는 간식거리 중 하나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720만 톤 이상이 소비되고 있다. 초콜릿의 주원료는 카카오로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는 주로 어린아이들의 노동력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몇몇 기업이 초콜릿 시장을 지배해 싼값에 카카오를 사들여 큰 이익을 취하고, 카카오를 생산하는 아이들의 노동력은 착취되는 불공정한 거래형태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불공정한 거래(무역)를 개선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 '공정 무역'이다. 공정 무역은 생산자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생산자가 지속적으로 좋은 제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소비방식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거래형태라는 의미로 '착한 소비'라 불리기도 한다.

친환경농산물을 싼 값에 공급하기를 강요하는 국내 소비시장도 불공정 거래의 한 형태가 아닐까. 친환경농산물의 진정한 가치는 환경과 생태계를 깨끗하고 건강하게 보존한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외형적 상품성만을 기준으로 값이 매겨지고 소비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거래형태로 보인다. 만약 소비자가 친환경농산물의 가치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해 친환경농산물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생산자가 친환경농업에 참여하지 않을까.

친환경농업이 그간의 정체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산물의 의미와 가치를 바로 알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착한 소비문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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