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신체부위에 여러 장해…대법 “장해별로 보험금 각각 지급”

입력 2023-08-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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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크게 다쳐 중추신경계 손상
실어증‧인지기능 저하…2가지 장해
“동일 신체부위 아닌 별개 장해”

동일한 신체 부위에 여러 가지 장해들이 발생했더라도 장해 사유별로 각각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사고로 중추신경계가 손상된 A 씨의 배우자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제기한 공제금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한 원심 판결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2월 작업 중 트럭에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중추신경계가 손상돼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지기능이 저하됐고 말을 구사할 수 없는 실어증도 생겼다.

이듬해 4월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공제보험 약관 규정에 따라 ‘신체의 동일한 부위’에 발생한 경우에는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장해만을 기준으로, 장해등급 4급에 해당하는 공제금 350만 원을 지급했다. 이에 A씨 측은 추가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 의료 감정에서는 A 씨의 실어증은 ‘말하는 기능을 완전 영구히 잃은 장해’, 인지기능 저하는 ‘중추신경계에 뚜렷한 장해를 남겨 평생토록 수시 간호를 받아야 하는 장해’로 감정됐다. 보험 약관상 각각 장해등급 1급 2호, 2급 1호에 해당하는 장해다.

1심 법원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대해 A 씨에게 치료비와 연금 합계 약 4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2억5000만 원으로 지급 금액을 줄였다.

하급심 재판부가 산정한 공제금 규모는 A 씨가 머리를 다쳐 중추신경계가 손상됨으로 인해 실어증과 인지기능 저하가 생겼는데, 이들 장해를 △각각 장해등급 1급과 2급을 별개로 모두 인정할지 아니면 △최상위 등급인 장해등급 1급만 인정해 공제금을 산정할지에 따라 달라졌다.

대법원은 공제금을 따로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약관상 ‘장해 상태가 신체의 동일 부위에 발생한 경우’란 문언 그대로 동일한 신체 부위에 발생해 존재하는 장해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며 “신체의 동일 부위에서 비롯했다는 이유로 둘 이상의 다른 신체 부위에 발생한 장해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확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특히 “그와 같이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신체 동일 부위에 관한 약관의 의미가 명백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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