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권 횡령액 7년간 2000억 육박한다니

입력 2023-08-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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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임직원 횡령액이 7년간 20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어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금액은 1816억590만 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89억8870만 원에서 지난해 826억8200만 원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 7월까지 580억7630만 원을 기록하는 등 그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금융 감독당국이 내부 비리를 막을 제도적 방책 마련을 다짐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에서 700억 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당국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한동안 떠들썩했다. 그럼에도 최근 BNK경남은행에서 또 500억 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빈 수레가 그러하듯 언제나 말만 요란하다는 얘기다.

BNK경남은행 횡령사고를 보면 수십조 원 자산을 운용하는 은행이 맞나 싶을 정도로 관리 시스템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부장급 직원이었던 이모 씨가 2016년부터 7년 동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금 수백억 원을 빼돌렸음에도 은행은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 수사기관에 의해 마각이 드러나자 은행은 뒤늦게 놀랐을 따름이다. 이 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년 동안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해왔다. 은행 자체 감사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장기근무자 비율 제한, 순환근무·명령휴가제 등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은 책상 서랍 속에서 낮잠만 잤다. 나사가 빠져도 이렇게 한심하게 빠질 수가 없다.

7년간 횡령 사고가 난 손실액 중 환수액이 10분의 1 수준인 224억6720만 원(12.4%)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들조차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실행되고 은닉된 자산은 환수가 어렵다고 털어놓는 지경이다.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기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조라는 말 아닌가. 천문학적 규모의 횡령사고를 장려하는 독버섯 문화가 금융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관련 법제 개선은 별 진척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지배구조법 시행으로 금융기관에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의무 위반 근거가 모호하다는 등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금융 내부통제 역량을 전사적 운영리스크 관점으로 강화했다. 의무 위반 시 상당 수준의 민사 제재금까지 부과한다. 감독소홀 범위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혼선의 여지가 없어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법이다.

금융업의 기본은 신뢰다. 금융권 횡령액이 저토록 많다는 것은 금융기관 안팎이 크고 작은 도둑으로 우글거린다는 뜻이다. 개별 회사, 감독 당국이 도둑을 잡아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런 금융기관을 누가 믿겠는가. 신뢰의 위기는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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