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칼럼] ‘해방’에 가려진 8·15 ‘건국’

입력 2023-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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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 관통한 번영의 길
자유민주 틀잡고 고도성장 일궈
건국·부국 완성이 진정한 ‘광복‘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날과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건국’된 날이 겹치는 것은 외견상 경사스러워 보이지만, ‘광복’ 이후 역경을 헤치고 이룩한 선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폄훼하려는 빌미가 된다.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고 하여 일제로부터 ‘해방’만을 강조하고 피와 땀으로 이룬 ‘건국’과 ‘부국’을 부정하려는 시도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꼴이다. 건국과 부국의 뜻을 제대로 새겨야 광복의 의미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다.

건국과 부국의 과정은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국가세우기(state-building)와 근대화 대통령 박정희의 국민세우기(nation-building)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국가세우기’는 이승만 대통령에 의하여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국기(國基)로 하여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을 존중하는 경제체제를 갖게 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국민세우기’는 박정희 대통령에 의하여 자유민주적 질서를 이끌어갈 국민 개개인의 정신을 함양하고 역량을 제고했다는 것을 말한다. 국가세우기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실현될 수 있는 운동장이라는 국가의 하드웨어를 구축한 것이며, 국민세우기는 각 개인의 역량과 자질을 함양하는 소프트웨어를 마련하여 이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킨 것이다.

이승만의 국가세우기가 갖는 몇 가지 특징만 보자. 첫째,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하여 공산주의 남침을 막아내고 공산주의자들의 선동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자인 이승만이 공산주의를 무조건 배척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 공산주의자와 손잡고 토지개혁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한 토지개혁은 무상분배로 실패한 공산당 방식이 아니었다. 둘째, 남북통일 문제에 있어서 좌우합작, 협상, 임시정부 등 감상에 빠지지 않았다. 공산주의자들의 전략을 꿰뚫고 있었던 이승만은 남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정통성을 확보하였다. 셋째, 휴전을 반대하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여 국가안보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승만이 통일을 반대하여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한 정치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그의 국가세우기가 없었다면 한반도는 적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박정희의 국민세우기는 이승만이 구축한 자유민주 국가의 기틀이 미완성임을 자각하고 나라의 주체인 국민의 자조 정신을 함양하여 경제성장과 근대화를 이룩한 것을 말한다. 첫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수립과 실행이다. 이를 사회주의 경제개발 모델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당시 우리 경제가 절대빈곤 상황이었으므로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 결과 그의 정책은 시장경제의 중요한 축인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제거하여 근대화에 기여하였다. 둘째, 정신개혁의 핵심인 새마을운동 추진이다.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으로 시작한 새마을운동은 국민의 전 생활영역에서 혁신으로 이어졌다. 셋째, 국민세우기는 국민 개개인의 교육에 맞추어져 국민교육헌장의 선포와 함께 교육의 확충과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되었다. 이승만 정권에서 확립된 6·3·3·4의 학제가 박정희 시대에 기초교육과 실업교육의 확대, 과학교육 진흥으로 이어졌다. 넷째, 중화학공업 육성과 아울러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우리 기술력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였다. 박정희의 국민세우기는 이승만의 국가세우기를 완성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의 길로 접어들게 하였다.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의 공(功)에 대하여 장기집권과 같은 과(過)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장기집권은 봉건적 3대 세습을 자행하는 북한에 비하면 방법론적으로 정당화될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10월 유신을 통하여 정치활동의 제약이 따른 것도 결정적 흠이지만 ‘유신독재’ 속에서도 야당의 정치활동과 언론의 비판이 가능했던 점은 우리나라가 다른 독재국가와 달리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임을 입증한다.

우리는 ‘광복’의 의미를 일제 이전의 봉건왕조 ‘복고’나 북한식 전체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의 위상에서 찾아야 한다.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는 무모한 반일 감정에 편승한 ‘해방’에 집착힐 게 아니라 ‘건국’과 ‘부국’에 따른 국가세우기와 국민세우기를 통해 이룩한 대한민국의 번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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