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유커] “중국인만 한 ‘큰 손’ 없어요”…들뜬 명동 상인들, 붐비는 면세점(르포)

입력 2023-08-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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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특수’ 기대감에 모처럼 활기 띠는 서울 쇼핑ㆍ관광 1번지

손님 끊겨 고사 직적이었는데, 유커 오면 숨통 트일 것
중국어 통역 직원 뽑고...알리페이 재개, 전용 데스크 운영

▲14일 오후 외국인 쇼핑 1번지인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14일 오후 외국인 쇼핑 1번지인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그동안 너무 어려웠는데 이제 좀 먹고 살 만해질까요?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루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만난 상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20여년 간 명동 한 가운데서 장사를 해왔다는 노점상인 고운광(50)씨는 “다른 나라 관광객이 아무리 오더라도 중국인만 한 손님들이 없다”며 “그동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광객들이 안 와서 거의 죽을 지경이었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이 재개된다니 너무 반가운 소식”이라고 기뻐했다.

고씨처럼 이날 기자가 만난 명동 일대 상인들 모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외국인들의 쇼핑 1번가로 꼽히는 명동 상권이 다시금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동안 명동 상권은 코로나19 엔데믹에도 불구, 유독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의 영향으로 중국인이 방문이 뜸했었다. 하지만 2017년 3월 사드 보복 이후 6년 5개월 만에 빗장이 풀린 이번 단체관광 허용 조치로 인해, 최대 수혜자는 명동 상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의 사드 보복 이전까지 이른바 ‘유커 특수’를 누리던 화장품 상점들은 모처럼 중국인 손님을 맞을 채비에 바빴다.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사장 권모씨(50)는 “이제 규제도 풀렸으니 유커들이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겠느냐”며 “아직은 일본인, 싱가포르 관광객이 더 많지만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소식을 듣고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5명이나 뽑았다”고 말했다.

맞은편 화장품 가게에서 10년 넘게 근무 중인 30대 방모씨도 한껏 기대감을 보였다. 방씨는 “사드 보복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기 전만 해도 우리 매장은 중국인 천지였다”며 “지금은 매출이 반토막 났지만, 유커가 돌아오면 명동 화장품 가게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차원에서도 유커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명동 상권이 하루 빨리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동 상인들이 중국 관광객을 특히 중요시하는 것은 1인 당 소비 금액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소비하는 1인 당 지출액은 2019년 기준 1689달러로 미국인 1106달러, 일본인 675달러보다 많다.

명동 인근 면세점도 벌써부터 중국인들 북적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고객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고객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중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찾는 명동 인근 면세점도 유커 단체관광 재개를 기다리며 매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돼 있었다.

같은날 오후 찾은 롯데면세점 소공본점과 신세계면세점 명동본점은 중국인들로 벌써부터 크게 붐볐다. 매장마다 빠르게 물건을 결제하는 사람부터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가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보따리상이라고 불리는 ‘따이궁’과 일부 개인 관광객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라면서 “비자 문제로 아직 단체 관광객이 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화장품 매장에서만 오래 일했다는 점원 윤모씨는 “사드 사태 전만 해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가득했었다”며 “그때보다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K화장품 인기가 여전해 매출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방문한 롯데와 신세계를 비롯해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등은 중국인 단체관광을 대비해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각 사별로 전문 통역사를 배치하고 전용 데스크 설치, 면세점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도 한창이다. 중국인들이 특히 자주 쓰는 간편결제인 '알리페이' 제휴도 재개됐다. 상품 구색도 사드 보복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많이 달라진 중국 트렌드에 맞춰 한층 다양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 허용 소식을 크게 환영한다”며 “다만 유커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오려면 2~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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