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환잉, 요우커”에 앞서는 걱정

입력 2023-08-16 06:00 수정 2023-08-2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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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유통바이오부 부장대우
▲석유선 유통바이오부 부장대우

“欢迎光临, 遊客。(환잉꽝린 요우커 : 환영합니다. 중국인 관광객 여러분).”

한 때 국내 관광·면세점 업계를 주름잡던 큰 손, 유커(遊客)가 드디어 돌아온다.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가 10일 자국민의 단체관광 허용 국가 3차 명단에 한국,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총 78개국을 허용하면서다. 이른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2017년 3월 한국행 단체관광을 중단한 이후 6년 5개월여 만에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이 완전히 풀린 것이다. 중국의 행보는 생각보다 빨랐다. 중국여유부 발표 당일부터 중국 전역의 여행사들이 이번 단체관광 허용 국가 관련 업무를 재개했다.

국내 업계는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며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던 관광, 호텔, 면세점, 화장품업계의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롯데관광개발, 하나투어, 모투투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호텔신라, 현대백화점 등은 유커 단체관광 허용 발표 직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화색이 도는 곳은 면세점업계다. 그동안 사드 보복으로 유커의 발길이 뚝 끊겼던 면세점은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다. 결국 업계 스스로 뼈아픈 구조조정까지 이어졌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사업권을 잇달아 반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문을 닫는 면세점도 생겼다. 2019년 9월 30일 갤러리아면세점63(사업자 한화갤러리아)에 이어 2020년 1월 25일 두타면세점(사업자 두산)이 잇달아 폐점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면세점업계 관계자들은 “사드와 코로나19 문제도 컸지만, 우후죽순 생긴 시내면세점들끼리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당시 면세점업계는 줄어든 유커의 수요를 만회하기 위해, 앞 다퉈 따이궁(중국인 대리구매상)을 유치하느라 급급했다. 이들에게 지불하던 일종의 커미션(commission)인 ‘송객수수료’ 경쟁 또한 자연스럽게 치열해졌다. 일부 면세점에서는 판매가의 40%후반에 이르는 비용을 따이궁에게 수수료로 지급할 정도로 극심한 ‘출혈 경쟁’을 한 것이다. 안 그래도 귀하신 몸인 따이궁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전쟁은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부터 국내 면세점 4사(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는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은 되레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관세청 등 정부도 ‘지급수수료 정상화’를 골자로 한 면세업 활성화 정책을 발표한 영향도 컸다. 이에 최근 업계 전반에서 당장 매출이 줄더라도 면세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송객수수료를 낮춰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만 봐도 송객수수료를 낮추면서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면세 부문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현저하게 늘었다.

이런 와중에 유커 단체관광 허용이 혹여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지 우려된다. 애초 송객수수료는 따이궁에게 지급하기 전에는 다수의 유커를 몰고 온 여행사에 지급하던 비용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어 속담에 ‘摸着石头过河(모즈 시토우 구오허)’란 말이 있다. 번역하면 ‘돌다리도 더듬어 보고 강을 건너라’는 뜻이다. 이미 우리 면세점업계는 유커와 따이궁을 유치하며 학습한 경험이 있다. 그렇다고 자만하고 성큼성큼 강을 건너다간 자칫 빠지고 만다. 이점만 명심하면 다시 유커가 올 때 반갑게 “欢迎 欢迎(환잉 환잉)”을 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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