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가 공물 바친 야스쿠니 신사, 왜 문제되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3-08-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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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오전 전몰자 묘원인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오전 전몰자 묘원인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고 교도통신이 자민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봉납은 ‘자민당 총재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기시다 총리뿐 아니라 일부 각료,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료를 내거나 직접 찾아 참배했는데요.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의 일본 여야 의원 70여 명은 단체로 신사 참배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로 집단 참배가 중단되었다가 4년 만에 부활한 겁니다.

일본 각료와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한국이나 중국 등 이웃 나라와의 갈등 요인이 돼 왔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했죠. 중국 측도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일본이 주변국의 반발을 무릅쓰면서도 매년 찾는 야스쿠니신사,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걸까요.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서 사람들이 참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서 사람들이 참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군국주의 상징…강제 동원된 한국인 2만여 명도 합사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입니다. 메이지 유신 당시 천황 중심 집권체제의 기틀을 닦는 과정에서 전사한 관군들을 기리기 위해 1869년 창건된 도쿄초혼사를 전신으로 하는데요. 10년 후인 1879년 메이지 일왕에 의해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죠. 일왕과 국가를 위해 죽은 전몰자를 신으로 모시며 충성심을 강화하고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일종의 군사적 종교시설이었던 겁니다.

국가가 관리해오던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반 종교법인으로 바뀝니다. 연합군총사령부(GHQ)의 신도지령에 따른 건데요. 지령의 핵심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 방침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야스쿠니신사를 포함해 일본 전국 11만여 개에 달했던 신사들은 일반 종교법인으로 격하됐죠.

그러나 문제는 야스쿠니신사가 패전 후인 1951년 쇼와 천황이 처음 참배한 이래로도 역대 총리들이 공물을 보내거나 참배하는 등 전몰자에 대한 추도의 중심지로 역할 해왔다는 겁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근대 100여 년간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죠.

A급 전범은 ‘국제조약을 위반해 침략전쟁을 기획·시작·수행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연합국의 국제군사재판에서는 독일과 일본의 전쟁 범죄자를 A급·B급·C급으로 분류했습니다.

또 야스쿠니신사에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강제 동원돼 목숨을 잃은 한국인 2만1000여 명도 합사돼 있습니다. 이들의 합사는 한국 측 의향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이뤄진 겁니다. 자신의 가족이 전사했다는 통보조차 받지 못한 유족들은 합사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야스쿠니신사는 이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1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中 등 주변국 반발에도 日 내각 신사 참배·공물 봉납 이어와

일본 각료나 국회의원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일제의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행위로 해석되면서 한국, 중국 등 이웃 나라와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군국주의가 침략전쟁을 일으킨 정신적 도구이자 중요한 상징”이라며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관련 움직임은 역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의 잘못된 태도를 다시 한번 반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이미 일본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적으로 항의할 때 ‘엄중한 교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왕 대변인은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는 것은 일본이 동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전제 조건”이라며 “일본이 실제 행동으로 군국주의와 단절하고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 사회의 신용을 잃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측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공물 봉납은 제2차 세계대전의 당사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경직시키기도 했습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2013년 참배 당시 미국 국무부는 성명에 ‘실망(disappointed)’이라는 문구를 넣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이후 아베 전 총리는 재직 중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자제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한 뒤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았지만, 2021년 10월, 지난해 4월·8월·10월, 올해 4월 공물을 봉납했습니다. 이날 정부 주최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행사에서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평화와 번영은 전몰자 여러분들의 고귀한 생명과 고난의 역사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전쟁의 참화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 이 결연한 맹세를 앞으로도 관철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일본의 가해 책임이나 반성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전·현직 각료들은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찾아 참배했습니다. 현직 각료 중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는데요. 일본 패전일에 현직 각료가 참배한 것은 2020년 이후 4년 연속입니다.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신사를 찾았습니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반성의 뜻을 전했습니다. 일왕은 매년 패전일에 반성의 뜻을 밝혀왔죠.

이와 달리 일본 각료와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공물 봉납은 매년 이어져 오고 있는데요. 국제사회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일본 정부의 목소리와는 들어맞지 않는 모양새라 숱한 의문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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