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 사이] 20. 美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한미일, 북핵대응·대중압박 공조 논의
협력속 실리찾기…新밀월시대 분수령

한미일 3국 정상들이 글로벌 다자무대가 아닌 별도 3국 정상회담을 위해 중요한 국제외교의 무대였던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모인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이곳에 외국 정상을 초청하는 것이 처음인 만큼 그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3국 안보협의체 핵심은 한일 관계

미국 주도의 중국견제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와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보다 한미일 안보 협의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회담의 핵심 아젠다는 무엇일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관은 “18일 3국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내용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경제안보·글로벌 공급망 등 폭 넓고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겠지만, 실제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협력방안 논의이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이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에 3국이 공감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통해 한미일 안보 협의체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한다. 미국은 한미와 미일 간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지만, 약한 한일 간 안보협력의 고리를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와 안보협력의 방향을 이번 회담에서 구체화하고자 할 것이다.

둘째, 직접 중국을 언급하지 않겠지만 결국 중국을 겨냥한 3국 간 공조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가안보차원에서 중국을 가장 위험한 지정학·지경학적 국가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 경제안보 등 영역에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의체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핵심은 결국 한일 관계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한일정상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한 목적 중 하나는 굳건한 한미일 협의체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가 있고, 대내적으로는 개선되고 있는 한일 관계를 더욱 단단히 묶겠다는 속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 미국 뉴멕시코주 벨렌에서 미국 자본의 대중국 투자 금지 행정명령을 설명하는 도중 활짝 웃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8일 뉴멕시코 주에서 열린 2024년 대선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관계개선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내가 한일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했고,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이미 화해했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군사 경제 첨단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커져가는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일 간 안보협력 강화와 한미일 경제안보 공조가 핵심인 것이다. 결국 한일 양국이 미국 편에 서서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구조인데 당연히 한일 양국 입장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반도체 및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양자정보기술, 인공지능 시스템 등 첨단기술기업에 대한 미국의 직접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한일 양국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록 규제 대상이 미국인과 미국 기업으로 제한되고 있지만, 주변 동맹국의 동참을 간접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對中 견제에 동맹국 동참 압력 커져

미국 의회뿐만 아니라 백악관 내부에서도 대중 투자규제 행정명령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맹국과 파트너십 국가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지난 3일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중국 첨단기술기업 투자제한 관련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

중국 첨단기술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규제는 이미 지난 5월 일본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되었고, 영국 등 일부 유럽국가들의 관련 유사 조치 시행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니혼게이자신문 등 해외매체에서도 미국이 유럽과 한국, 일본 등 동맹국가에 중국 첨단기술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유사한 조치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정상회담 결과 따라 한중 관계 요동칠 가능성

한편, 미국의 첨단기술 투자규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어떨까? 상무부 등 주관부서가 반발을 하고 있지만, 이미 예상했던 수순으로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단지 향후 유럽, 한국, 일본 등 국가의 동참 여부에 주목하면서 핵심광물자원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통제 이후 추가제재 보복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중국의 관심사는 18일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다. 중국은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경제안보, 사이버 정보협력 등 새로운 한미일 안보협의체 신설로 인해 다가올 실질적인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한중 관계는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북한 대응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국은 한미일 3국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우리경제의 핵심 파트너인 중국과 반목하지 않으면서 북한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실리적·균형자적 외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재선을 위해서는 차이나 굴기를 막는 동시에 자국 경제를 위해 중국과의 협력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변화된 협력의 장이 마련될 수도 있다. 백악관과 미국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경우 한중 관계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력의 목적은 같지만 서로 다른 의지와 방향성을 가진 한미일 3국의 신(新)밀월여행은 향후 한일 및 한중 관계변화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 방문학자와 함께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현재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