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기상도]자동차·해운 '캄캄' 항공·전자 '개임'

입력 2009-05-15 09:45 수정 2009-05-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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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경기바닥론 솔솔...환율·유가동향이 변수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 열기에 삼성전자, LG화학 등 몇몇 기업이 깜짝 실적에 가까운 1분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2분기 경기바닥론이 솔솔 나오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밝지 못하다.

현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는 커녕 내년이 돼서야 바닥을 다질 것"이라는 견해도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원화강세로 그동안 누렸던 환율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면서 경기가 위기의 터널을 뚫고 나오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산업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항공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살얼음판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자동차, 환율급락과 유가상승 '이중고'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아직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보다 분명 2분기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1분기에 환율 수혜를 입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그 결과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원을 해주는 중국과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최근 환율급락과 유가 상승으로 자동차 운행대수도 줄고 판매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다만 당초 원·달러 환율 1000원대로 보수적인 경영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환율과 유가는 그렇게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5사의 4월 판매실적은 총 41만8506대로 지난해 동기대비 15.3% 줄었다.

◆해운, 당분간 어려울 듯

해운업계는 운임지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등 당분간 영업환경은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지수는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 8일 2214pt를 기록했지만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BDI지수가 국내선사들의 손익분기점(BEP)수준인 3000pt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벌크선사들이 수익성 악화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운업계는 실적 개선의 키워드를 '경기회복'으로 진단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대형선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컨테이너 지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해운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해결은 불투명한 상황으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야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개선 기대심리 '솔솔~'

조선업계는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최근 철강업체들이 수요 감소에 따라 잇따라 후판가격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해양플랜드 사업 발주도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빠르면 올 하반기 드릴십과 시추선 등 15척을 발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조선업 빅3가 수주를 위한 물밑 경쟁을 준비 중이다.

오는 7월에는 총사업비 320억달러 규모의 호주 고르곤 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조선업계의 수주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로얄 더치 쉘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설비 프로젝트의 설계 파트너를 찾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후판가격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2분기부터는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라며 "상선 발주는 회복조짐이 없지만 유가가 상승추이를 보이면서 시추선 등 해양 플랜트 사업 분위기가 되살아나면서 관련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 들어 4월까지 삼성중공업이 LNG 선박 하나를 수주한 게 사실상 전부다. 대우조선해양 등이 군함을 수주하거나, STX의 유럽 법인이 일부 선박을 수주하긴 했지만 국내 조선업체의 경기 회복을 점치기에는 미약하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이미 수주해놓은 선박마저 선주로부터 취소당할까봐 전전긍긍하는 게 현실이다.

◆유화, 해외 공급과잉 우려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1분기에 깜짝 실적을 냈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대외 환경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SK에너지는 1분기 영업이익 64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8%나 급증했다. LG화학과 에쓰오일도 중국 경기부양책 효과로 깜짝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인도 최대 석유회사인 릴라이언스가 대규모 정유공장 증설을 끝내고 해외로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쏟아낼 예정인데다 중동지역의 국가들도 석유화학시설 신증설을 마치고 시장공략에 나설 준비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서 "인도 릴라이언스가 하루 120만배럴 규모의 추가 정유시설을 곧 가동할 것으로 보이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한국의 주요 수출국들이 정유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면서 "최소한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는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또 "석유화학도 올 1월부터 중국이 경기 부양채게 의해 살아났지만 이 효과가 얼마나 갈 지 모른다"며 "특히 아시아 역내 시장에서 한 개 규모가 100만t급인 에틸렌 플랜트 5개가 완공되는 데 그 중 2개만 완공돼도 하반기 석유화학사업은 장사 접어야 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항공, 영업실적 개선 기대

항공업계는 최근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모처럼 웃고 있다. 2분기 영업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IT제품 물동량이 지난 3월 이후 회복세가 확인되면서 항공업계의 실적 개선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분기에는 원화 약세에 따른 장부상 손실인 외화환산손에 의한 영업외비용이 크게 늘면서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최근 환율 안정으로 2분기 이후 외환환산손이 크게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2분기에는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보여 감소했던 국제여가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율이 달러당 1100~1200원으로 안정되면 여행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원자재 구입 부담 줄었는데…

철강은 최근 재고가 줄어드는 추세다. 철강재는 건설,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의 기초 소재여서 재고 감소는 경기가 살아나는 전조로 평가되곤 한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재고 감소에 대해 "본격 경기회복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큰 수요처인 자동차용 강판과 조선용 후판 부문이 아직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도 좋은 신호로 보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구입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수입 철강제품이 들어올 여지도 커져 국내 철강업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경기가 좋아져서 유가가 오른다면 철강 수요도 늘어나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러나 최근의 유가 흐름은 경기는 좋아지지 않는데 오르는 것으로 이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LCD패널, 2분기까지 주문 밀려…공급부족

국내 LCD패널 업체들은 2분기에도 가동률 90% 이상을 유지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LCD패널 시장의 중심이 IT패널에서 TV패널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이에 강점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리더십 강화를 예상했다.

전체 LCD패널 점유율에서 국내 패널업체의 점유율은 47%수준이지만, 실질적으로 TV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6G이상 점유율에서 한국 패널업체의 점유율이 57%로 압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면적기준으로 전체 LCD패널 출하량 중에서 올해 TV패널 비중은 60%, 내년에는 10년에는 63%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에서도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북미시장의 TV수요 강세 및 중국의 가전하향 정책에 따른 수요 대응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도 "거의 모든 라인을 풀가동하는 상황"이라면서 "2분기까지는 주문이 밀려들어 일부 제품에서는 공급부족이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전, 2분기에도 호실적 이어갈 듯

국내 가전업체들은 지난 1분기의 상대적인 호실적을 2분기에도 이어나갈 전망이다. 특히 전반적인 수요위축에도 불구하고 예상외의 판매증가가 일어나고 있는 평판TV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 브랜드 인지도 제고까지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평판TV의 지난 1분기 시장수요가 전분기에 비해서는 30%가까이 하락했지만 전년에 비해서는 오히려 10% 올랐는데, 2분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ED TV와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LCD TV신제품 등 차별화된 제품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도입됐다"고 밝혔다.

LG전자도 LCD TV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의 성장 폭이 전분기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LCD TV 보급이 낮은 신흥시장의 성장은 가속화 될 것이고 선진시장도 세컨드 TV중심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 된다"면서 "수량 기준으로는 TV수요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분기에 신모델을 대거 투입하고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해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3분기 이후 수요 회복

D램은 업계의 감산과 구조 조정으로 단가는 개선됐으나 PC 시장의 수요 회복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낸드플래시도 하이닉스, 도시바 등 주요 업체의 보수적 가동률 운영으로 가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SSD, 메모리카드 등 전방 산업의 본격적인 수요 견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금씩 수요가 살아나면서 3분기 이후 수요 회복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은 신중해야할 때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권오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반도체담당 사장은 최근 "반도체 시황이 바닥을 쳤다는 징후가 일부 있지만 본격 회복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며 "지난해보다 감소한 PC와 휴대폰 수요가 살아나야 반도체 경기의 본격 회복을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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