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 재개에도 관광객은 심드렁…비자 불편·항공편 부족 등 발목

입력 2023-08-17 14:26 수정 2023-08-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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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발급 위해 몇 시간씩 줄 서야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만 결제하는 불편함
억류, 구금 등 이유로 외국 정부가 주의하기도
중국인들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해외 여행 꺼려

▲중국 자금성의 닫힌 출입문 앞에서 지난달 30일 관광객이 우산을 쓴 채 서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중국 자금성의 닫힌 출입문 앞에서 지난달 30일 관광객이 우산을 쓴 채 서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올해 내·외국인의 여행을 전면 개방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은 오지 않고 있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은 줄고 해외여행을 즐기려는 내국인도 별로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은 비용과 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중국 입국을 꺼리고 내국인은 경제 불안에 자국 여행을 선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고 국경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은 비자 발급의 불편함과 항공편 부족,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만 결제할 수 있는 독특한 금융 시스템과 언어 장벽 등으로 중국 입국에 머뭇거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특히 비자의 경우 대사관이나 지원 센터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일이 빈번해 외국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중국 비자를 받기 위해 16시간 넘게 줄을 선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인이 중국 비자를 받는데 필요한 비용은 최소 185달러(약 25만 원)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 여행 가이드인 제이 리는 “요즘 자금성에서 외국인이 20~30명 정도 보인다면 많은 편”이라며 “대부분은 사업 때문에 중국에 오고 관광은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의 약 20%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편 부족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의 국제선 운항은 약 1400편 수준으로, 팬데믹 전인 2019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항공사들은 팬데믹 기간 급감한 수요에 항공편을 줄였다. 그 사이 경영난이 심화해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빠르게 증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HSBC에 따르면 중국 3대 항공사는 상반기 약 130억 위안(약 2조375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2022년 이들의 적자 규모는 총 1900억 위안에 달했다.

미국과의 지정학적 갈등도 장애물이다. 이달 초 만다린오리엔탈그룹의 제임스 라일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중국으로 유입되는 인파는 적다”며 “사람들을 오지 않게 하는 데는 광범위한 지정학적 갈등이 있다. 이 경우 갈등이 없을 때보다 유입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여행경보 사이트엔 중국과 관련해 “출국 금지와 부당한 구금 등 현지 법률의 자의적인 집행으로 인해 본토 여행을 재고하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호주 정부도 “중국 당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인들을 구금한 적 있으며 중국 내에선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중국인들도 해외에 나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자국 여행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래곤테일인터내셔널이 4월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중국인 응답자 58%가 올해 해외여행 계획이 없거나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비자 발급의 어려움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꼽았다. 또 본인들이 해외에서 비우호적인 대접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국제선과 달리 중국 국내선 교통량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당국은 올해 중국 내 여행 시장이 5조 위안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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