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칼럼] ‘15세 미만 상해사망 보험계약 무효’ 규정의 개정 필요성

입력 2023-08-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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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경영법률학회 부회장)

‘사망보험 계약금지’ 개정안 발의
태풍 ‘힌남노’ 희생자 유가족 중
15세 미만 청소년엔 보험금 못줘

“獨‧日처럼 ‘연령제한’ 삭제 검토”
사망보험금지 ‘12세’로 낮출 수도

▲ 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 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우리 상법은 정신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자들을 사망보험의 악용으로 인한 도덕적 위험을 방지하고자 제732조에서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이하 ‘15세 미만자’라 함)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은 무효로 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또 보험수익자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상법이 이러한 규정을 둔 이유는 이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동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한편 사망보험의 경우 경제활동을 시민안전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포항시에서 태풍 ‘힌남노’ 피해로 사망한 희생자 유가족에 지급하고자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15세 미만의 청소년은 현행법상의 ‘15세 미만 상해사망 보험계약 금지 규정’으로 인해 보험금이 지급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단체보험이나 시민안전보험의 경우에 한해 15세 미만자 사망에 대한 예외규정을 둠으로서 15세 미만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자 다수의 법률(안)이 발의됐다.

프랑스의 경우 Article L 132-3(무능력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은 “누구도 12세 미만의 미성년자, 후견을 받는 성인, 입원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사람의 생명에 관해서 사망보험을 체결할 수 없다. 이 금지에 위반하여 체결된 모든 보험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보험계약법 제150조(피보험자) 제2항은 “타인의 사망보험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합의된 급부가 통상의 장례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넘는 계약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다. 기업의 노령연금 영역에서 단체보험은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일본 보험법 제38조(피보험자의 동의)는 “생명보험계약의 당사자 이외의 자가 피보험자로 되는 생명보험계약은 당해 피보험자의 동의가 없으면 그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요국의 입법례에 알 수 있는 것은 프랑스의 경우 타인의 사망보험의 경우 12세 미만자에 대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금지하고 있고, 독일은 사망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의 연령을 문제 삼고 있지 않으며, 일본 역시 피보험자의 동의만을 요구하고 있는 태도이다.

연령제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법이 우리와 유사하다. 다만 우리가 15세 미만자로 하고 있는 데 반해 프랑스법은 12세 미만자로 하여 그 연령이 낮춰 적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상법 또한 종래에 계약이 금지되는 미성년자의 범위를 18세로 하던 것을,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상법 개정을 통해 15세 미만으로 낮춘 바 있다. 이는 미성년자인 공장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상 학교안전공제회 등을 통해 청소년 단체 활동 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청소년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현재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법 제2조 제6호에서 ‘학교안전사고’라 함은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생명 또는 신체에 피해를 주는 모든 사고를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미성년자인 학생(이른바 ‘피공제자’)이 공제급여를 청구해서 보상 받기 위해서는 그 재해(사고 및 질병 포함)가 ‘교육활동상의 사유’로 발생해야 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 발의된 법률(안)에 따르면, 단체보험이나 시민안전보험 등 보험범죄 악용가능성이 낮은 경우에 대해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자 한다.

직장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단체로 드는 보험을 단체보험이라고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재난을 대비하거나 사회복지를 위한 차원에서 해당 시민을 대상으로 체결하는 보험을 시민안전보험이라 한다. 지난해 힌남노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후자인 시민안전보험과 관련된다. 해당 보험의 경우 사망자에 대해 최대 2000만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포항시는 지급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를 사망보험의 피보험자로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생명보험표준약관 제19조(계약의 무효) 제2호 역시 15세 미만자에 대해 계약을 무효로 하고 있다. 상법 제732조를 근거로 하여 동일한 내용을 동 약관에 담고 있는 모습이다. 독일이나 일본은 피보험자의 나이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역시 15세 미만자에 대하여 피보험자 지위를 제한하는 입법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삭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전면 허용 시 일본법제에 비해 독일법제가 보다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장례비 상당액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이 결정된다면, 피보험자의 사망 관련 도덕적 해이는 그리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일본의 사례를 고려한 삭제 방식의 수용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해당 연령을 12세 미만자로 낮춰 보다 많은 미성년자에게 보험 혜택의 길을 열어 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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