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中·美 경기, 원·달러 약세 압력↑…연준 긴축 장기화로 韓中 자금 이탈 우려”

입력 2023-08-1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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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미국의 호황이 국내 경제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내 최대 무역국인 중국의 침체는 국내 시장의 발목을 잡을 뿐만 아니라 미국 경기 호조는 통화긴축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국내 또는 중국 자금은 미국으로 이동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경우 국내 원화 약세 흐름 또한 지속할 수 있다.

IBK투자증권은 18일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이 채권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확산됐다. 중국 금융시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취약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고 했다.

전날(현지시각)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인 유명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베그랜드)는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앞서 2021년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렸던 헝다의 잔재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매출액 기준으로 5위 안에 드는 대형 개발업체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까지 달러채권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서 디폴트 우려와 함께 금융시장 불안을 높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중국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업태 그리고 달러 채권 이자지급 실패로 표면화되었다는 점 등 비구이위안 사태는 2년 전 발생한 중국 헝다그룹 사태와 매우 유사한 상황을 보이는 만큼 이 사태의 처리 방향과 이에 따른 시장의 반응은 헝다그룹의 디폴트 이후 진행된 흐름과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1년 동안 중국정부는 나름대로 부동산과 관련한 여러 가지 부양책을 발표하고 금리도 꾸준히 인하해 왔지만 부동산 경기 자체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은 그동안 누적된 불균형이나 문제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라고 짚었다.

반면 미국 경기는 반등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이후 중국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급격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흐름이다. 미국은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양호한 경제지표가 발표됐고, 2분기 이후는 기대치가 더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기대치보다 더 양호한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상반된 흐름 속에 국내 원·달러 환율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환율은 중국경제의 변화를 비교적 민감하게 반영한다. 이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중국보다 우리나라 환율이 더 크게 움직이기도 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불안이 깊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 원화 역시 약세 압력이 더 팽배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최근 환율 불안을 더 자극하는 것은 중국과 대비되는 양호한 미국경기의 흐름이다. 기대보다 양호한 미국경기의 흐름은 상대적으로 미국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미국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나 중국으로부터 미국으로의 자금 이동을 더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는 미국 경제지표의 강한 상승세가 완만해지며 미 연준 긴축에 대한 우려가 조금 완화되거나 중국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가 가동되며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는 조짐이 보이기까지 지금 금융시장에 형성된 불안감은 크게 낮아지지 않을 전망"이라며 "환율 역시 지금 수준에서 내려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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