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고슴도치’까지 등장…한국 길거리는 몸살 앓는 중 [이슈크래커]

입력 2023-08-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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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탕후루’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과일을 꼬치에 꿴 뒤 녹인 설탕을 입혀 단단하게 굳힌 탕후루는 중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인데요. 달콤한 맛과 설탕 시럽의 바삭한 식감으로 요즘 10~20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간식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페이스북 등 SNS에서 탕후루 언급량은 2월 6379건에서 지난달 6만2726건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냉동·간편 조리식품 분야 연령대별 인기 검색어에서 10대의 1위와 3위는 각각 ‘탕후루’와 ‘아이스 탕후루’인 것으로 나타났죠. 탕후루는 20대에서도 11위를 차지했고, 30대와 40대에서도 12위에 올랐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업체는 최근 5개월 만에 점포 수가 50개에서 300개로 늘기도 했습니다. 또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죠.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를 먹으러 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높은 인기와 비례하는 걸까요? 탕후루가 남긴 논란과 우려도 상당합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벌레 꼬이고 신발 쩍쩍 달라붙어…시민·상인들 ‘몸살’

우선 탕후루 매장 주변의 시민과 상인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탕후루를 먹고 난 뒤 남는 나무 꼬치와 종이컵을 아무 데나 버리고 가는 일이 잦은 건데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사진들을 보면 공용으로 사용하는 벤치에도, 하수구와 도로에도, 주택가와 다른 사업장에도 나무 꼬치와 종이컵이 굴러다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깔끔하게 묶어 내놓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다 먹은 탕후루 꼬치를 꽂아놓고 가면서 마치 고슴도치 같은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 나무 꼬치와 종이컵에는 끈적끈적한 설탕 시럽이 남아 있습니다. 단 냄새에 개미나 초파리 등 벌레가 숱하게 꼬이고, 바닥은 걸을 때마다 쩍쩍 소리가 날 정도로 끈적여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주변 탕후루 매장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토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 소상공인은 “탕후루 사들고 저희 가게에 와서 버리고 가려고 쓰레기통을 찾더라. 처치 곤란이라 버리는 게 일이라고, 가져가서 버리라고 한다”고 털어놨습니다. 다른 이들도 “탕후루 출입 금지하니까 무인 매장에 버리고 가더라”, “같은 건물에 생겼는데 너무 스트레스다. 탕후루 매장에서 관리비를 더 내는 것도 아니고”, “동네가 너무 지저분해졌다. 온 동네 쓰레기봉투가 고슴도치 행”, “매장의 잘못이 아닌 실종된 시민의식 탓” 등 다양한 의견을 냈습니다.

이에 일부 탕후루 매장은 ‘탕후루를 먹고 난 뒤 꼬치와 종이컵을 매장에 반납해달라’고 고객들에게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판매량이 너무 많아 역부족인 모양샙니다. 매장 내 탕후루 반입을 금지하는 ‘노 탕후루 존’까지 생기고 있는데요. 탕후루에서 떨어지는 설탕 시럽이나 쓰레기로 인한 매장의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서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단순당 과다 섭취 유의해야…“비만, 심혈관질환 위험 커져”

탕후루 인기에 힘입어 취급 매장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습니다. 탕후루 전문 프랜차이즈 매장뿐 아니라 개인 카페 등도 탕후루 판매에 나서는가 하면,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들도 냉동 형태의 ‘아이스 탕후루’ 완제품을 들여놓고 있죠.

지난달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구인 공고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공고에 따르면 근무자는 월 급여로 375만 원을 받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총 12시간을 근무해야 하는데요.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1만30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시급(9620원)보다 35% 높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특별한 경험 없이도 소화할 수 있는 업무인데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다며 ‘꿀 아르바이트’라는 감탄이 나오기도 했지만,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역 인근이라는 지역 특성과 긴 근무 시간을 감안하면 급여가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됐죠. 한 누리꾼은 “아르바이트할 때 매번 매장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탕후루 쓰레기를 정리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려를 자아내는 지점은 건강입니다. 일각에서는 특히 청소년 건강엔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죠.

물론 탕후루를 한두 개 정도 간식으로 먹는 건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소아·청소년의 전반적인 식습관을 살펴볼 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죠. 알싸한 매운맛을 자랑하며 인기가 좋은 마라탕은 10~20대 사이에서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그러나 마라탕은 나트륨 함량이 높습니다. 마라탕의 나트륨 함량은 1인분(250g) 기준 2000~3000㎎ 정도인데요. 한 그릇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일일 나트륨 섭취량을 넘기게 되는 겁니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으면 나트륨 섭취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죠. 여기에 탕후루, 쉐이크나 스무디 등 달콤한 간식까지 챙겨 먹는다면 당류 과다 섭취까지 걱정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충치나 치주염 등이 있는 이들이라면 탕후루를 먹을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충치가 있는 상태에서 탕후루를 먹으면 설탕이 치아 표면에 달라붙어 있다가 충치를 가중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치아 균열, 치주염 등이 있는 상태에서 단단한 음식을 깨물면 증세가 더욱 악화할 수 있고, 치아가 깨지기 쉽습니다.

치아뿐 아니라 당뇨, 비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탕후루의 설탕 시럽은 주로 설탕, 물엿 등 단순당으로 만들어집니다. 단순당은 바로 체내에 소화 흡수되기 때문에 섭취와 동시에 혈당도 빠르게 오르는데요. 이때 인슐린이 대량 분비되면서 다시 혈당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에 식욕이 증가하면서 과잉 섭취를 유발하고 당뇨, 비만 같은 만성질환을 부를 수 있죠.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등에서는 혈중 중성지방이 높은 이들에게 단순당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증가 추세에 들어 있기도 합니다. 지난 10년간 10% 전후로 유지되던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15%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2017년~2021) 영양결핍 및 비만 진료현황 분석’에 따르면 비만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도 2017년 2241명에서 2021년 7559명으로 증가해 2.3배의 증가 추세를 보였죠.

소아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 아니라 생활 습관입니다. 탕후루를 포함한 맵고 짜고 단 음식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의 식습관이 우려를 자아내는 상황인 거죠.

특히 탕후루는 과일 자체가 갖고 있는 당에 설탕 코팅까지 돼 있어 과다 섭취에 유의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탕후루를 가끔 한두 개 먹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오랜 기간 많이 먹는다면 당뇨 환자,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당장 즐기는 달콤한 맛도 좋지만, 내일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식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이는데요. 과다 섭취는 금물이라는 사실과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을 되새길 필요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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