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어 밥도 먹기 싫고, 만사가 귀찮다”라는 부모님의 말. 노년기 우울증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국내 우울증 환자 68만4890명 중 40.2%(27만5684명)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능력 저하와 사회적 관계 단절 등으로 우울증을 느끼는 노인 세대가 많다. 은퇴, 가까운 사람과의 사별, 자식과의 불화, 대인관계 단절, 빈곤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고의적 자해, 자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하다.
노년기 우울증의 초기 증상은 특별한 감정의 변화 없이 잠이 오지 않고, 입맛이 없어 밥도 먹지 않게 된다. 특히 만사가 귀찮아지는 경우도 많다. 두통, 소화불량, 복통 등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데, 검사 시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진단받아 가족들로부터는 주위의 이목을 끌기 위해 꾀병을 부린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런 경우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우울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면성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더욱이 노년기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로 악화할 수도 있다.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큰 우울증은 인지 기능 이상 여부를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발병률이 높은 데 비해 치료받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우울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낮아지고 기존의 신체질환이 악화되거나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노년기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꾸준한 약물치료와 운동, 규칙적인 생활이다. 조기에 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70~80%가 개선될 수 있다. 약물 부작용이 예전보다 많이 감소해 경도의 우울증부터 약물치료를 권하는 추세다.
신철민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물치료에는 항콜린성 부작용에 취약한 노인의 특성상 삼환계 항우울제보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많이 사용하고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억제제는 통증에도 효과가 있어 통증을 동반한 노인에게 처방한다”며 “간혹 환자 중에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 우려하는 분도 있는데, 꾸준한 치료 후에는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년기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균형 잡힌 식습관 유지, 운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없애고 즐거운 생각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환자 가족들의 세심한 관심도 필요하다. 만약 환자가 자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약물은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하며 무엇보다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증상이 호전됐다고 환자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노인들은 대부분 신체 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약물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