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검사 없었다면…부지만 무상 귀속되지 않아”
건설사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승인받은 사업계획대로 단지를 조성하지 않고 아파트 신축 사업을 중단했더라도 해당 공공사업 부지를 무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건설사는 애초 지자체에 제출한 사업계획에 도로와 녹지, 공원 등 공공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천안시가 A 건설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 사는 2004년 5월 천안시로부터 신부동 일대 아파트 3개 단지 규모 주택 건설사업 계획을 승인받았다. A 사는 2007년 9월 아파트 동별 사용검사를 받았으나 당초 사업 승인을 받을 때 조성하기로 했던 공공 도로와 완충 녹지, 어린이 공원 등 일부 공공시설을 제대로 조성하지 않은 채 사업을 중단했다.
이에 천안시는 주택 건설사업 계획 승인에 따라 공공시설로 예정된 부지에 대해 옛 주택법상 ‘무상 귀속에 따른 소유권 이전’을 주위적 청구로 주장하면서,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예비적으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자가 새로 설치한 공공시설과 그 토지는 준공검사를 받고 나면 그 시설을 관리할 관리청에 무상으로 소유권이 넘어간다.
1심과 2심 법원은 문제된 부지가 천안시에 무상 귀속되며 A 사는 소유권을 넘겨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상 귀속이 불가하다고 뒤집었다.
대법원은 “사업 주체가 실제로 공공시설을 설치하고 당해 사업이 준공검사를 받아 완료된 경우 비로소 그 사업 완료(준공검사)와 동시에 해당 공공시설을 구성하는 토지와 시설의 소유권이 관리청에 귀속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업 주체가 사업지구 내 공공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로 사업이 중단됐다면 공공시설의 설치가 예정된 부지만이 관리청에 무상 귀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한 1‧2심 법원이 주위적 청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예비적 청구를 따로 심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천안시의 예비적 청구를 추가 심리해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