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는데…변화 못 따라가는 지방 [무너진 성비(性比)]

입력 2023-08-21 06:00 수정 2023-12-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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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경제·사회활동 인식 급변…지방은 여전히 20년 전

경제·사회활동 참여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인식은 최근 10~20년간 급변했다. 반면, 지방의 여건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지방의 젊은 여성들이 서울로 향하는 주된 배경이다.

본지가 13일 국가통계포털(KOSIS)과 지역별고용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 고용률은 2002년 57.9%에서 2012년 58.8%, 지난해 62.8%로 올랐다. 30대 여성은 53.3%에서 54.6%, 64.4%로 급등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는 교육수준 향상의 결과다. 합격자 기준 여학생의 대학(전문대 이상) 진학률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09년(82.4%) 처음 남학생을 역전했다. 그 결과로 15세 이상 인구 중 대졸자 비중이 남성은 2002년 18.4%에서 지난해 32.1%로 20년간 1.7배 올랐지만, 여성은 10.5%에서 25.7%로 2.6배 올랐다.

고학력화와 맞물려 20·30대 여성들의 취업 양상도 변했다. 교육 서비스업과 도·소매업, 제조업, 금융·보험업 취업자 비중이 축소되고,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과 숙박·음식점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취업자 비중은 확대됐다. 교육 서비스업 비중은 2013년 상반기 16.1%에서 지난해 상반기 12.5%로, 도·소매업 비중은 15.7%에서 13.6%로 쪼그라들었다.

비중이 축소된 산업들은 대체로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다. 도·소매업은 2020년 육아휴직 대상자 대비 출생아 모 육아휴직 사용률이 51.4%(전 산업 64.4%)에 머물렀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최대 12개월간 월 150만 원 한도로 휴직급여가 지급된다. 그런데도 사용률이 낮단 건 비자발적 미사용이나 육아휴직 사용 전 이직이 많단 의미다. 젊은 여성들이 몰리는 산업들은 대체로 임금수준이 높거나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 사용, 경력단절 시 재취업이 용이하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역들은 이런 변화에 유연하지 못하다. 젊은 여성들의 취업 양상과 무관하게 제조업, 건설업, 농림어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공급되고 있다.

2013년 상반기와 비교해 지난해 상반기 서울에선 전체 취업자 산업별 분포 중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비중이 축소되고,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비중이 확대됐다.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취업자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각각 8.6%, 8.1%다. 서울의 산업별 취업자 분포에서 제조업 비중은 8.9%로 다른 지역에 비해 크지 않다.

반면, 부산과 대구에선 2013년 대비 각각 건설업, 부동산업 비중이 확대됐다. 두 지역에서 제조업 비중은 각각 13.7%, 19.4%에 달했다. 지역과 무관하게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이나, 이는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늘어서다. 울산은 제조업 비중이 27.8%에 달했다. 2013년과 비교해선 건설업, 운수·창고업 비중이 확대됐다. 전남에선 농림어업 비중이 23.0%다. 경북은 제조업(20.3%)과 농림어업(18.4%)이 노동시장에서 주력산업이다.

경력유지 여건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 지난해 취업자인 15~54세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경험률은 서울이 49.9%였지만, 대구는 72.2%에 달했다. 강원과 충북도 이 비율이 70%를 웃돌았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비스업이 서울 위주로 재편돼 지방에는 청년 여성들이 평생 직장으로 다닐 만한 서비스업이 없다”며 “지방에 공공기관이 많이 내려갔고 대기업도 있지만, 공공기관은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지방 대기업은 중공업 중심이다. 결과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많이 지방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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