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우회 규제 부담느낀 농협銀,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중단…타 은행은?

입력 2023-08-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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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한도 소진시 취급 중단…주요 시중은행 "기존대로 판매한다"

농협은행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이달 말 종료한다. 최근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50년 만기 주담대가 규제 ‘우회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50년 주담대를 판매하고 있는 다른 은행들은 전체 가계 대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은 데다 초장기 상품의 소비자 혜택 측면을 고려해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판매를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7월 5일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의 상품 판매를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특판 상품으로 기획된 것으로 별도 한도를 설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원인 중 하나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꼽으며 대출 규제 우회의 수단으로 지목되는 등 논란이 불거지자 2조 원 한도로 판매를 끝내기로 한 것이다.

농협은행이 전격적으로 판매 중단을 결정했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은 기존처럼 상품을 취급한다는 계획이다. 5대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7월5일)에 이어 하나은행이 같은 달 7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14일과 26일 판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도 이달 14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했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도 아니고 현재 판매 전략에 변화는 없다”면서 “최근 50년 주담대 판매 추이도 조금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과 다르게 상품에 한도를 정해놓고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에서 나이 제한을 고려하는 만큼 시중은행들도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은행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50년 주담대 비중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6일 현재 50년 만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4767억 원(2254건)으로 전체 가계대출 중 22.5%를 기록 중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0일 기준 679조9903억 원으로 지난달 말 679조2208억 원보다 열흘 만에 6685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도 1조2000억 원 순증하며 가계 부채 증가세를 이끌었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면서 가계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보고 만 34세 미만으로 나이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대출자들 사이에서는 나이 제한이 본격 시행되기 이전에 50년 만기 주담대로 미리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나이 제한으로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조만간 상담을 받으러 갈 예정”이라며 “생애 최초 집을 구매하는 연령이 30대 후반~40대 초반이라는데 34세로 나이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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