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입력 2023-08-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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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3년간 멈췄던 일상이 우리 곁에 돌아왔다. 마스크를 벗고 버스와 지하철을 탄다. 극장에선 팝콘에 음료수를 먹으며 영화를 본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거리 곳곳에서 되찾은 웃음과 행복에 감사했다.

하지만 매일 같이 타던 버스와 지하철이, 늘 가던 거리와 상점 곳곳이 지금은 공포와 두려움의 장소로 변하고 . 최근 연이어 발생한 흉기 난동 혹은 묻지마 범죄(테러)로 되찾은 일상의 웃음과 행복은 또 다시 멈췄다.

경찰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흉기 난동 범인 일부가 과거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와 관련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제 조건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배제하고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유사 범죄를 막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2019년 아파트 방화와 흉기 난동 살인을 저지를 안인득 사건이다. 당시에도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4년 뒤 판박이 범죄가 발생했다는 건, 시스템이나 제도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정신질환 범죄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학회)는 △정신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 시스템 개선 △폭력사건 발생 시 국민 안전과 정신건강 지원 △이송제도를 포함한 정신질환자 관련 법·제도 개선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 △급성기 정신질환에 대한 투자 △법정신의학 활성화와 치료감호시스템 전면 재검토 △정신질환 치료·회복 골든타임을 위한 혁신 등 7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학회는 현행 법·제도에 따른 정신질환자 관리·치료에 한계가 있어, 환자와 가족, 국민 누구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했다.

우선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 관리 강화다. 2020년 기준 교정시설 재소자 5만3956명 중 정신질환자 수는 4978명으로 수용 비율은 9.2%다. 2011년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 1529명에서 급증했다. 반면 교정시설 소속 정신건강희학과 전문의는 지난해 기준 1명에 불과하다.(본지 8월16일자 [단독]정신질환 재소자 5000명 넘는데…담당 전문의는 고작 1명) 학회가 법정신의학 치료감호시스템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한 이유다.

또 하나 정신질환 조기발견·치료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다.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자해·타해 위험이 큰 경우에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정신질환자 이송은 불가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 강제입원도 까다롭다. 따라서 학회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경우 경찰에 의한 병원 이송 등을 제도화하고, 중증 정신질환 ‘보호의무자 입원제도’ 폐지 및 ‘사법입원’이나 ‘정신건강심팡원 제도’ 등 국가 책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도 주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현병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학회는 우리 사회의 중증 정신질환 체계를 손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완전히 지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회가 제시한 대책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우리 사회가 어떠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기자와 친분이 있는 한 전문의는 “정신질환은 차별해서도, 다른 시선으로 봐서도 안된다. 정신질환 치료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정부가 정신질환 관계부처 TF를 구성해 제도개선 검토에 나선 점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늦기 전에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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