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전기차, 배터리 빼고 파세요

입력 2023-08-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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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부장대우

오랜 기간 ‘키덜트’로 살았습니다.

아이들을 뜻하는 ‘키드’와 어른을 말하는 ‘어덜트’의 합성어라더군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죽을 때까지 철들지 말자”를 인생의 목표로 삼은 덕입니다.

50대를 바라보며 흰머리가 가득해 졌으나 키덜트도 아닌, 여전히 어린이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른을 위한 장난감에 푹 빠져 삽니다. 어른들의 장난감이 꼭 자동차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진짜 장난감이지요. 멋진 항공기 모형은 기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이 것들은 씹고 맛보고, 던지고 깔아뭉개도 멀쩡한 아이들 장난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뚝딱 조립하는 일반 장난감과 달리, 하나를 완성하는 데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합니다.

밤잠을 줄여가며 정밀한 선박이나 항공기 모형을 만들고, 전용 공구로 색칠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하늘을 누비는 드론에 빠져 있습니다. 이래저래 용도와 때에 따라 쓸 수 있는 드론이 장식장을 가득 채운지 오래입니다. 몇 개는 차 트렁크에 싣지 못할 만큼 덩치가 큽니다.

그렇게 요즘 관심을 둔 드론 제품에도 건전지를 사용하는 완구 대부분이 그렇듯 항상 ‘XXX사이즈 건전지 별매’가 상투적으로 붙어있습니다.

완구뿐인가요. 전동 공구의 대부분 배터리를 별매품으로 지정했습니다. 편의상 본체와 배터리를 묶음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졌을 뿐이지요.

배터리는 크게 1차전지와 2차전지로 나뉘는데요. 1차 전지는 일회용입니다. 가정용 부탄가스를 충전해서 사용하지 않고, 사용 후 용기를 적절하게 처리해 폐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2차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배터리입니다. 우리 주변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전기차가 2차전지를 씁니다.

1차전지를 쓰는 완구들이 배터리를 별도로 구매하라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일단 배터리를 포함해 판매할 경우 운반 비용이 늘어납니다. 손가락 크기의 배터리지만 제품이 쌓이고 쌓이면 이 무게가 많이 늘어나지요. 무게 증가는 자연스레 운반 비용 증가와 연결됩니다.

배터리를 끼워 팔면 공정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유통 과정에서 1차전지의 부분 방전도 우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건전지를 제외하고 본체를 파는 게 일반적인 것이지요.

전기차는 2차전지를 사용합니다.

조용하고 매끈한 달리기, 여전히 값싼 유지비 등이 전기차의 장점이지요. 다만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1차로 정부가 주는 보조금 범위가 줄었습니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조금 범위를 제한했지만, 제조사는 여전히 값을 낮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대안도 쏟아집니다. 고집을 피우지 말고 중국산 배터리를 얹은 값싼 전기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 가운데 하나지요. 결국, 작고 가벼운 경차를 베이스로 만든 전기차가 올 하반기에 나옵니다.

또 다른 대안 가운데 하나가 배터리를 제외한 판매입니다. 그렇다고 출고 때 배터리 자체를 빼놓자는 게 아닙니다. 자동차는 개인 또는 법인이 소유하되 배터리만 제조사가 소유하는 방식이지요.

전기차가 운행을 마치고 폐차 또는 말소할 경우 배터리 소유권을 지닌 자동차 회사가 이를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배터리에는 다양한 광물이 필요합니다. 이를 채취하고 가능하기 위해 수 많은 환경오염 요인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기차가 친환경 자동차라고 하지만, 배터리 생산 과정을 놓고 볼 때 진짜 친환경이 맞는 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배터리가 환경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는 반드시 재사용 또는 재활용돼야 합니다. 전기차를 폐차한 뒤 배터리를 뽑아내 에너지 저장장치 ESS에 재활용해야 진짜 친환경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환경을 살리는 여러 방법 가운데 '제조사의 배터리 소유'도 대안입니다.

폐차 또는 말소 단계에서 배터리를 제조사에 반납하면 제조사 입장에서 규격화된 배터리를 ESS로 재판매 또는 재활용할 수 있는 셈이지요.

이미 일부 제조사는 이를 염두에 두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회사 사이에 줄다리기도 시작했습니다. 다만 양측이 계산기만 너무 두들기지는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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