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목적으로 출연한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불·탈법을 저지른 공익법인들이 세무당국에 대거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기부금 등 출연재산을 공익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53곳과 기부금 수입 누락 등 공시의무를 위반한 24곳 등 77곳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53개의 법인이 사적으로 사용한 자산은 155억 원, 세제 혜택을 받아 회피한 증여세 등은 26억 원이고 24개 법인의 위반금액은 318억 원이다.
지방 국세청 공익법인 전담팀은 올해 상반기 회계부정·사적유용 혐의가 있는 110여 개 불성실 공익 법인을 상대로 검증을 벌여왔다.
이번에 적발된 상당수 공익법인은 기부금 등 공익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하거나 개인생활비 등에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장 가족에게 법인 명의 주택을 공짜로 빌려주는 등 특수관계인과의 부당 내부거래도 다수 확인됐다.
실제로 A 공익법인은 법인 자금을 빼돌려 해외에서 살고 있는 이사장 손녀의 학교 등록금으로 사용했다. 법인 명의의 신용카드로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의 생활비와 항공료를 결제하고, 해외에 사는 자녀와 배우자를 국내 법인에서 일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급여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다.
B 공익법인은 기부금으로 고가 골프 회원권을 다수 매입해 주무 관청에 ‘임직원 복리증진용’으로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이사장 등 특정인만 사용했다. 이 법인은 결산서류에 골프회원권을 공익법인 재산으로 공시하지도 않았다. 퇴직한 뒤에도 법인카드로 귀금속, 고가 한복, 상품권 등을 구입한 한 전직 이사장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이사장 가족에게 공익법인 명의의 집을 공짜로 빌려주는 등 공익법인 재산을 특수관계자를 위해 부당하게 사용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C 공익법인의 이사장은 출연받은 체육시설을 자녀가 소유한 법인에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임대했다가 들통이 났고 D공익법인은 이사장 일가가 출자한 법인에 건물관리 업무를 모두 위탁한 뒤 고액의 관리 수수료를 지급하는 수법으로 재산을 빼돌린 혐의다.
적발·검증 대상 공익법인 중 상당수는 의료·장학재단이며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도 일부 포함됐다.
최재봉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적발된 공익법인 중 일부는 세무조사를 의뢰할 수 있고 범칙조사로 전환되면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다”며 “기부금 사적유용, 자금 불법유출 등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