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자유·번영 이끈 ‘이승만의 3大개혁’

입력 2023-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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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개혁·의무교육·여성 참정권
인적자본 축적해 산업기반 다져
박정희 시대 고도성장으로 결실

전기는 산업의 쌀이다. 사람이 쌀 없이 살 수 없듯이 전기가 없는 산업은 상상할 수 없다. 해방 직후인 1945년 남북한의 전력 비율은 북한이 83.2%, 남한은 16.8%였다. 거기다 북한은 1948년 5월 남한에 공급하던 전기를 끊어버렸다. 요금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남한의 공산품 생산량이 20분의 1로 줄었다. 지금 보면 남한을 굶겨 죽이려 했거나 전쟁 준비를 시작했던 것 같다.

2022년 북한의 국민총소득(GNI)은 36조 7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반면 한국의 GNI는 2193조 5000억 원으로 북한보다 59.8배 많다. 1인당 GNI를 비교해도 북한은 143만 원, 한국은 4248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의 한 달 치 최저임금(191만 4440원)보다도 적다.

경제성장의 방정식이 한반도에서 뒤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박정희 정부 시절의 고도성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1948년부터의 10여 년간 이승만 정부가 단행한 경제·사회적 개혁이 없었다면 이후의 고도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1948년 정부수립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가장 먼저 단행한 것이 농지개혁이었다. 대지주의 농지를 정부가 지가증권을 발행해 구입했다. 그 농지를 낮은 가격으로 소작농 및 농민들에게 판매했다. 이를 통해 대지주가 사라지고 자작농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북한도 농지개혁을 했다. 그러나 무상몰수, 무상분배였다. 거래가 없었기에 소유권도 없었다. 반면 북한과 달리 우리 농민은 농지소유권을 가졌다.

같은 땅인데 내 땅에서 경작하게 되면서 농민들의 소득이 크게 올라 소득분배가 개선되었다. 대지주들은 지가증권으로 일제가 놓고 간 자산이나 기업을 사들였다. 두산, 선경, 한국화약 같은 신흥기업들이 일어서고 산업의 주체세력도 교체됐다. 농업이 아닌 공업, 대지주가 아닌 기업인, 정부가 아닌 민간이 경제의 주도권을 갖게 된 것은 농지개혁으로 생성된 경제환경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이승만 정부는 또 의무교육을 도입했다. 해방 당시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78%, 4명 중 3명은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그런데 농지개혁으로 매년 양곡 약 478만 석을 농민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되자 자녀들을 학교에 진학시켰다. “잘 가르쳐야 후손들이 잘살 수 있다”는 이승만의 독립운동관이 “가난은 내 대에서 끝내야겠다”는 농민들의 각오와 상승작용을 했다. 6·25 전란 시에도 노천학교와 천막학교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나라의 교육관과 국민의 교육열이 합쳐 만들어 낸 결과였다.

1945년 136만 명이던 초등학생 수는 1955년 287만 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교육기관에는 농지개혁을 적용하지 않아, 지주들은 학교를 만들었다. 1943년 39개였던 사립중학교는 1953년 246개로 늘었다. 해방 직후 경성제대 1개와 25개의 전문대학밖에 없었던 고등교육기관은 50년대 후반이 되어서는 135개에 달했다. 의무교육의 도입으로 전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자, 수준 높은 인적자본의 획기적 축적이 이뤄졌고 이들은 1960년대 고도 경제성장의 역군이 됐다.

이승만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여성은 ‘시민’이 아닌 남성의 ‘보조’였다. 농촌의 경우를 보면 남자가 일을 하기 위해 여자는 밥을 지어 날랐고 빈 시간에 아이를 돌봤다. 남자가 먹고 마시는 동안에 온갖 뒤치다꺼리는 여자의 몫이었다. 그러니 가르칠 필요도 배울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의무교육에 더해 여성의 참정권이 1948년 새 헌법에 명시됐다. 유엔에서 여성참정권 협약이 채택된 것이 1953년, 유엔의 회원국도 아닌 신생 독립국가가 이를 5년이나 일찍 받아들였다.

의무교육과 여성참정권이 도입되면서 가정 안에 묶여있던 여성의 역할이 생산활동과 사회 운영으로까지 확대됐다. 1960년대 섬유, 전자, 가발 등 주력 수출산업의 높은 경쟁력은 모두 여성의 섬세한 손끝에서 나왔다. 또한 이들은 자녀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주면서 70년대 이후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가능해졌다. 이런 변화는 여성에게 시민으로서의 권리의식이 생겨난 결과였다.

우리는 흔히 이승만 대통령을 외교에는 귀신, 경제에는 등신이라며 폄하해 왔다. 1950년대우리가 너무 가난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는 농지개혁으로 산업의 주체를 바꿨고 의무교육으로 사람이 자원인 나라를 만들었다. 여성참정권을 통해 여성이 사회 운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외연을 확장시켰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토대는 이승만 정부의 신기(神器)와도 같은 세 가지 개혁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경제에도 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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