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너 마저"...'찍히면 죽는다' 푸틴 정적들의 최후 [이슈크래커]

입력 2023-08-24 14:15 수정 2023-08-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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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요식업자 시절인 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자신의 식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식사를 차려주고 있다. 출처=AP연합뉴스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요식업자 시절인 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자신의 식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식사를 차려주고 있다. 출처=AP연합뉴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놀랍지는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에 내놓은 반응입니다. 마치 프리고진의 죽음을 예견이나 한 듯한 모습인데요. 바이든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상당수 사람이 프리고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그간 러시아에서 푸틴 정권에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이 의문사한 사례는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프리고진, 비행기사고로 사망…반란 ‘두 달 만’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다. 초기 조사 결과 승무원 3명을 포함해 탑승한 10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추락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목격자들이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한 만큼 러시아 방공망에 의한 격추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친(親)바그너그룹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도 “프리고진이 살해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서 말이죠.

사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습니다. 러시아 각지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프리고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하급 관료이던 푸틴 대통령을 손님으로 만나 친분을 쌓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인연을 계기로 크렘린궁에서 열리는 각종 만찬과 연회를 도맡았고, 일명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게 됐죠.

프리고진이 본격적으로 푸틴의 신임을 얻게 된 건 2014년 바그너그룹 창설부터입니다. 바그너그룹은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위한 전쟁과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세계 곳곳의 분쟁에 러시아군 대신 개입하면서 세력을 키웠습니다. 다만 민간인 학살 의혹 등 각종 잡음으로 음지에서만 활동했죠.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입니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동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의 공격을 주도했고, 프리고진은 푸틴의 칼잡이로 불리며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으로 프리고진은 6월 23일 무장반란을 일으켰고, 러시아 본토까지 진격했습니다.

무장반란은 36시간 만에 일단락됐습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죠. 프리고진 스스로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홍차 독극물·피폭·병원 추락사·비행기 추락 사망…사라진 푸틴 정적들

프리고진이 반란 포기 후 러시아에서 나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한 호텔에 묵었는데 창문이 전혀 없는 방이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당시 마크 워너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정말 창문 없는 호텔에 묵고 있다면 프리고진이 푸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푸틴과 충돌한 많은 러시아인들이 건물에서 불가사의하게 떨어져 숨졌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간 푸틴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사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은 사례들은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대표적인 건으로 ‘홍차 독살 사건’을 들 수 있죠.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2006년 6월 한 호텔에서 전 동료가 전해준 홍차를 마시고 숨졌습니다. 해당 찻잔에서는 방사성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됐고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독성 물질이 사망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러시아 당국이 이 사건에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러시아군의 체첸 주민 학살을 고발했던 언론인 출신이자 야권 지도자였던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같은 해 10월 7일 아파트 계단에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또 2013년 러시아의 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사망 사건 역시 의문사로 남았습니다. 영국으로 망명했던 베레조프스키는 런던 부촌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그는 자신의 자동차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해 운전사가 숨지는 등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겪었습니다.

2015년에는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고,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추락사했습니다. 마가노프 회장은 작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프리고진의 죽음의 원인 무엇인지, 푸틴 대통령이 관여됐는지 어떤 것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정적과 배신자들을 제거하며 권력을 다져온 푸틴과 그런 그를 최측근에서 보좌해왔던 프리고진의 굴곡진 인연의 끝이 ‘의문의 죽음’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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