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이 6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정 욕구’에 따른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지난 7월 14일 열었고, 오는 28일에는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정유정은 첫 공판준비기일에 앞서 국선 변호인 선임을 취소하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다. 또한 본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는데도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판준비기일은 범죄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첫 공판준비기일 때 재판부가 정유정의 반성문을 언급하고 그 이후 상황에 주목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유정이 지난 7월 7일 처음 제출한 반성문을 언급하며 “반성문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하며 썼더라.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정유정에게 본인의 출생과 성장 과정, 범행 당시 심경과 범행을 결의한 계기, 할아버지와 가족 사항, 반성문에 담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제출하라고 알렸다.
이후 정유정은 최근 한 달여 동안 총 5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추가 제출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유정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등 어른들에게 무시당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아주 강력한데 판사가 반성문을 통해 본인의 그런 욕구를 알아봐 준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실제로 정유정이 본인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을 개연성도 있지만, ‘경계적 성격장애’ 성향도 보이기 때문에 반성하는 모습만 있는 건 아리는 점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응대해 주는 등 소통할 기회를 잡는 셈이고, 그러한 과정을 누군가가 관심을 가질 이벤트로 생각할 것”이라며 “정유정이 사회적 소통과 연결이 봉쇄된 상태로 살다가 끔찍한 범죄를 계기로 법정에 서면서 본인에게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유정은 이번 재판 자체를 아주 흥미로운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기에 모든 과정에 열심히 임할 것이다. 형량을 낮추고 말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