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하비파머' 홀릭…K-농기계, 세계를 누빈다 [K-농업 수출 200억 달러⑧]

입력 2023-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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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기계 수출 17억4200만 달러…2020년 대비 69.6% 급성장
정부, 1092억 원 들여 지능형농기계 실증단지 구축…경쟁력 강화 총력

▲8월10일 우크라 수도 인근의 키이우주 주리우카 소재 한 농장에서 트랙터가 수확후 밀짚을 거둬들이고 있다.  (주리우카(우크라)=AP/뉴시스)
▲8월10일 우크라 수도 인근의 키이우주 주리우카 소재 한 농장에서 트랙터가 수확후 밀짚을 거둬들이고 있다. (주리우카(우크라)=AP/뉴시스)

#2015년 이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농사, 주말농장 운영이 유행처럼 번졌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터지자, 대외 접촉이 제한되면서 '취미(Hobby)'와 '농부(Farmer)'를 합친 '하비파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붐으로 확산했다. 한국에서 팬데믹 이후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유사하게 큰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에서는 취미로 농장을 꾸리는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중소형 농기계를 찾는 이들이 많이 증가하자 한국의 농기계 업체는 시장 맞춤형 전략을 세우고 중소형 농기계 수출에 주력, 경이로운 수출 증가세를 이뤄냈다.

현대 사회는 농기계 없이는 농산물 생산을 할 수가 없는 시대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이에 농기계가 없다면 안정적인 농업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 식량 수요가 꾸준히 늘어감에 따라 글로벌 농기계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K-농기계'가 '하비파머' 붐을 타고 세계를 누비고 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중소형 농기계'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맞춤형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 정부는 이 분위기를 몰아 1092억 원을 들여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를 구축하는 등 기술개발을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동 CK트랙터 작업 모습 (사진제공=대동그룹)
▲대동 CK트랙터 작업 모습 (사진제공=대동그룹)

◇ 지난해 농기계 수출 17억 달러 돌파…2년 새 69.6% 급성장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농기계 수출액은 17억4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화로 따지면 약 2조3000억 원에 달한다.

더 눈에 띄는 점은 가파른 성장세다.

2020년 10억2700만 달러였던 농기계 수출액은 2021년 14억7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7억 달러 돌파라는 A급 성적표를 받았다. 2년간 성장률은 69.6%에 달한다.

K-농기계 산업의 대표 주자는 트랙터다. 2021년 트랙터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13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농기계 업계 양대 산맥인 '대동'과 'TYM'은 이 같은 수출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나란히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업계 1위 대동은 지난해 1조4637억 원의 매출을 거둬 전년 1조1792억 원 대비 2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2억 원에서 122% 급증한 849억 원을 기록, 1년 만에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특히, 2017년 전체 매출의 49%(2931억 원)였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69%(1조30억 원)까지 대폭 확대됐다.

업계 2위 TYM 역시 지난해 1조166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창사 이래 첫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2021년 대비 39% 급증한 액수다. 영업이익 역시 353억 원에서 1220억 원으로 246% 뛰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대동과 TYM의 눈부신 성과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 매출 증가가 배경이다. 이들은 해외 농기계 박람회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해외 현지의 고객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전략을 추진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실제로 대동은 하비 파머가 60마력 이하 중소형 트랙터를 많이 구매한다는 점을 고려해 출시 기종을 6개에서 12개로 늘렸다. 또, 실내 운전석을 선택 사양으로 채택하고, 에어컨, 히터, 틸팅 핸들 등으로 고객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TYM 역시 각종 레버 손잡이를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하고, 안락한 의자, 충분한 다리 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큰 공구함과 USB 2개 포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블루투스 스피커를 탑재하는 등 고객 니즈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월 21일 충남 천안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서 농기계 분야 간담회를 주재하며 농기계 수출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월 21일 충남 천안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서 농기계 분야 간담회를 주재하며 농기계 수출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정부,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구축으로 경쟁력↑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3월 대동, TYM을 비롯한 농기계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수출 전략을 논의했다. 정부가 농기계 기업과 함께 수출 확대 전략을 논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 장관은 농기계 생산구입자금을 3000억 원으로 확대 지원하고, 혁신성장펀드 3조 원 투자 대상에 농기계 분야도 포함하는 등 농기계 산업 수출 확대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그중 가장 기대가 되는 정부 사업은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구축이다.

K-농기계는 글로벌 경쟁 기업보다 가성비는 좋지만, 기술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국산 농기계의 성능과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드시스템 및 장비 등을 확보한 실증시스템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농기계 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실증 및 성능평가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이에 대한 해답이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구축이다.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구축사업은 △국산 농기계 및 부품의 성능·품질향상 제고 △실증기반 데이터 활용 최적화 성능평가 기반 구축 △기술지원으로 안정된 농기계 산업구조 구축 등 고성능·고품질 농기계 개발 및 수출경쟁력 확보를 사업 목적으로, 올해부터 2026년까지 1092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이다.

실증단지는 새만금 농생명용지 첨단농업시험단지에 논·밭, 주행 실증단지 95㏊(헥타르), 검·인증 분석 실증지원센터 5㏊ 등 100㏊ 규모로 세워지며, 토양특성·포장 경사도 등 논·밭 농작업 환경을 구현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지능형 농기계 운용과 실증을 위한 전반적인 운영·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연면적 4000㎡의 종합관리동과 실증을 위한 농기계 및 장비 등을 보관 및 관리, 경정비가 가능한 대형격납고 10개 동, 중형 격납고 20개 동, 보관창고 1개 동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실증 기계·장비로는 농작업소요 동력 및 부속 작업기 성능분석을 위한 1개 품목 3종의 기계와 자율주행 실증 센서, 무인 농작업 테스터, 전자파 테스트시스템 등 14개 품목 26종의 장비가 마련된다.

실증단지 운영은 전문기관을 활용한 실증과 검정역할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다.

농식품부가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운영·성과분석 및 농업기계 검정제도와 연계한 실증단지 운영방안 등을 마련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진흥원 내에 '지능형 농기계 실증센터'를 신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는 공공인프라로 운영 주체의 공공성, 운영역량 등 독립성 확보가 가능하도록 추진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증단지는 공간 임대, 장비 공동 활용 등을 통해 농기계 기업의 기술 역량 강화를 지원하게 된다.

농기계 실증, 보관지원을 위해 기업에 실증부지, 격납고를 상시공모로 신청기업의 수요에 따라 최대 1년간 임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단지 내 구축 장비는 공동 활용을 기본으로 기업 및 연구기관 신청 시 활용 계획 수립 후 운용되게 된다.

또, 지능형 농기계의 종합검정, 안전검정, 성능검정, 전자파검정, 사후검정 등의 검정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실증단지 시설·장비를 활용해 농기계 기업에 기술개발부터 수출사업화까지 전주기 기술컨설팅 지원을 하게 되며, 기업의 신청에 따라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컨설팅을 수행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지능형 농기계 실증 종합 테스트베드 조성을 통해 △고성능·고품질 농기계 생산 기반 확보 △ICT 지능형 농기계 개발 △농기계 실증 DB 구축 △수출국 맞춤형 농기계 개발지원 △농기계 수출경쟁력 기반 확보 등을 이룬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지능형 농기계 산업의 거점·기지화와 세계 농기계 시장에서 경쟁력확보를 이끈다는 각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K-농업 수출 200억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농식품뿐만 아니라 농기계 등 농식품 전후방 산업에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라며 "K-농업 수출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역량을 갖춘 수출 주체를 육성하고, 한국산만의 차별화되는 품질 초격차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기자재, 스마트팜 등 농업 전후방산업은 수출 가능성이 풍부한 만큼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지원하고, 국제박람회 등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등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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