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디커플링에 쪼개진 애플 공급망...“소비자 가격 더 오를 수도”

입력 2023-08-28 14:46 수정 2023-08-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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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다각화로 인도·베트남 수혜
인도, 공급업체 0곳서 14곳으로 늘어나
베트남은 10년간 4배 급증
인프라·노동력 등 중국이 더 잘 갖춰져
“수백만 명 근로자 바탕 둔 중국 공급망, 단기간 복제 힘들어”

애플 공급망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분열되면서 소비자 가격 상승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오랜 기간 애플 공급망의 중심지였다. 애플 제조 파트너 가운데 약 80%가 중국에 진출해있었다. 중국은 현재까지도 애플 기기 제조 공장의 대부분을 보유하면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을 계기로 생산 네트워크는 분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라고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궁극적으로는 애플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을 중국 이외 지역이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애플 생산 다각화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본 지역은 인도와 베트남이다. 인도에서는 애플 관련 공급 업체가 2012년까지만 해도 하나도 없었지만, 현재 14곳으로 늘어났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10년간 애플 제품을 조립하는 회사가 4배 급증했다.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도 소규모 생산 핫스폿이 생겨났다.

문제는 공급망을 다변화한 지역들이 중국에 비해 인프라, 노동력, 일반 공급망 전문 지식 측면에서 훨씬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인도와 베트남은 전력, 물 등 기본 인프라 서비스 신뢰성이 중국보다 낮다. 애플 자체 공급망 생태계도 이들 지역보다는 중국이 훨씬 더 잘 확립돼 있다.

제조사들은 새로운 공장 설립을 위해 중국의 숙련된 관리자를 영입하길 원하지만,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인도에서는 비자 승인 지체로 인해 확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인도 등이 중국의 강점을 가까운 미래에 따라잡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수천 개의 회사, 수백만 명의 근로자를 바탕으로 전 세계 모든 지점에 연결된 중국의 공급망을 단기간에 복제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을 조명한 책 ‘칩 워(Chip War)’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학교 교수는 “도시 규모의 시설을 대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공급망 재편이 추진되고 있어 배송 지연이나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 Pte)의 제프리 젠수바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공급망 재편은 움직임에 동참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면서도 “다만 거기서 오는 과제는 이미 매우 효율적인 공급망을 분해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애플의 새로운 제조 허브가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작아서 소비자 가격의 변화를 정확히 점치기는 불분명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스티븐 쳉 애널리스트는 “공급망 이전에 따른 높은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애플 제품 가격이 실제로 인상될 수 있다”며 “다만 시장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어서 이러한 비용 인상이 최종 가격에는 완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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