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적 과정은 육지의 석유제품 탱크와 배를 연결해 주는 별도의 파이프라인인 로딩암(Loading Arm)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PC선에 인도 선원 2~3명이 순번을 바꿔가며 작업 과정을 지켜볼 뿐이었다.
세계 최대규모의 출하 인프라를 구축한 SK에너지 울산사업장이 우리나라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SK에너지 울산사업장에는 1~8부두까지 총 8개의 석유·화학제품을 선적할 수 있는 부두가 있다. 8개의 부두에는 총 22척의 선박이 동시에 접안에 제품을 실을 수 있다. 1~2부두는 4만배럴 이하 규모의 소규모 선박이 접안하는 규모가 작은 부두고, 3~8부두느 1만배럴의 소형선박에서 100만배럴을 초과하는 선박까지 접안할 수 있는 대형 부두다.
이 곳에서 SK에너지가 생산한 휘발유, 경유, 등유, 운활유, 화학제품 등이 세계 30여개국으로 수출되기 위해 하루 24시간 동안 쉴새 없이 선적된다.
여기에서 수출하는 물량은 한 달에 1000만∼1200만 배럴. 하루 약 40만 배럴가량이 수출된다.
SK에너지 울산사업장의 원유처리공장에서 처리해 하루에 생산하는 석유제품이 80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이곳에서 하루에 만드는 석유제품의 절반 이상이 외국으로 팔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말부터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제품 운반선을 수용할 수 있도록 부두 시설을 확충하는 등 석유제품 수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100만 배럴은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우리나라의 일일 석유제품 내수소비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처럼 밀려드는 수출주문을 위해 석유제품 운반선에 기존 2기의 로딩암만을 동시 연결할 수 있었던 것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8부두에는 총 3기의 로딩암을 동시에 연결해 선적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3기의 로딩암을 동시에 사용하면 100만배럴을 선적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4일로, 2기를 사용할 때 2.6일 걸리는 것에 비해 절반 가까이 단축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로딩암 3기를 동시에 연결해 사용하는 곳은 SK에너지 울산사업장이 유일하다.
이천우 팀장은 "단일 부두에서 시간당 4만 배럴, 하루에 96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선적할 수 있는 등 제품 출하 인프라시설이 세계 최대,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일정 단축으로 고객인 선주사의 만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말했다.
수출지역도 다변화하고 있다. 주로 동남아, 중국에 집중됐던 수출처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 장거리 수송 국가들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에는 브라질에 처음으로 석유제품을 수출해 수출다변화 전략이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이천우 팀장은 "이틀 전에는 처음으로 브라질에 황 함량이 10ppm에 불과한 초저유황의 경유를 30만 배럴 수출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출지역 다변화 성과는 최첨단 정제 기술로 가능했다. 각 수출지역별로 황의 함량과 점도의 고저, 옥탄가의 높낮이 등 요구하는 제품의 특성이 각각 다르다. 유럽지역에서는 초저유황 경유를 요구하고, 아프리카에서는 휘발성이 낮은 휘발유를 요구하는 등 요구사항들이 나라별로 천차만별이지만 SK에너지는 석유정제 기술개발을 통해 각각의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실제로 SK에너지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에 3278만5000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3% 증가한 수치다. SK에너지 1분기 석유사업 매출액 5조8076억원 중 50% 이상인 2조9227억원이 수출을 통한 매출이다.
수출비중이 50%를 넘은 석유제품 외에 화학, 윤활유 등 SK에너지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포함하면 수출비중은 58%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SK에너지의 수출량이 급증한 데는 지난해 6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제3고도화설비의 역할이 컸다.
원유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석유제품 중에서 40%가량이 가격이 싼 고유황 벙커C유 등 중질유이다. 중질유는 황 함량이 많고 사용처가 제한돼 있어 판매시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등 오히려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다. 이러한 중질유를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의 청정 경질유로 바꿔주는 장치가 일명 '지상유전'이라고 부른 고도화설비이다.
제3고도화설비 김동호 생산1팀장은 "고도화 설비가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사업이지만 기존의 단순 정제 방식만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고도화 설비에서 생산된 제품은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