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中 경제위기 근원은 ‘정치시스템’

입력 2023-09-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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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경제이해 부족’ 평가돼
절대권력 비판하는 목소리 높아
투자·지출 줄고 국민불안감 커져

최근 중국에서는 경제의 세 가지 새로운 엔진이 ‘국가통계국, 중앙선전부, 신화통신’이라는 농담이 돌고 있다고 한다. 중국 경제 상황의 심각성과 함께 이를 숨기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대한 자조적 표현이다.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중국은 현재 심각한 부동산 문제, 청년 실업문제,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수출, 투자 감소 등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많은 금융기관과 국제기구들은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중국 경제를 전망해 왔다. 그러나 중국 경제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경제 구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 정치시스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각은 최근 많은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며칠 전 싱가포르의 친중 매체인 연합조보(聯合早報)에 게재된 글이 화제였다. 홍콩의 사업가이자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을 지낸 친중 인사 류멍슝(劉夢熊)은 이례적으로 중국 경제 위기의 책임이 정치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몇 년간 중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주의 정치이념에 대한 강조, 국진민퇴(國進民退) 기조, 견제와 균형이 없는 절대 권력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시각은 필자가 최근 워싱턴DC 출장을 통해 확인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와 싱크탱크의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와 일치한다. 미국 조야의 판단은 시진핑 3기 지도부의 경제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지금 기조를 유지하느냐 개혁·개방 기조로 돌아가느냐 선택에 따라 중국의 미래성장 경로가 달라지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결정적으로 중국 정치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여준 것이 중국 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초기에 거의 모든 주요국이 일종의 봉쇄 조치를 겪었지만, 중국의 제로코로나 조치만큼 갑작스럽고 가혹한 조치는 없었다. 2010년 인민문학상을 받았던 중국 작가 무룽쉐춘(慕容雪村)은 이 경험을 ‘집단 감금 캠페인’으로까지 비유했다. 결국 그는 우한(武漢)에서의 경험을 최근 책으로 낼 수는 있었지만 2021년 중국을 탈출해야만 했다.

중국 정부의 봉쇄 정책은 국가가 모든 사람의 상업 활동에 자의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몇 시간의 경고만으로 도시 전체가 무기한 폐쇄되고, 가게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으며, 주민은 집에 갇혀 생활과 생계의 위협을 받았던 것이다. 2022년 말 제로코로나 정책의 폐기는 환영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도 중국인 사이에서 그들의 일상이 여전히 당과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좌우된다는 인식을 오히려 강화했다.

중국 공산당이 그들의 생계와 자산 접근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이며, 당 지도부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자의적인 방식으로 언제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인식은 중국인들의 머리에 생생하게 각인된 것 같다. 마오쩌둥 시대 이후로 볼 수 없었던 광범위한 두려움, 즉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경고 없이 재산이나 생계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코로나19 이후 중국인들 사이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사람들은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게 마련이다. 경제주체들은 유동성 자산인 현금을 보유하려고 하고, 자동차와 부동산, 장비와 시설과 같은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투자와 지출을 줄이고자 한다.

중국 정부는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더 강력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펴고 싶겠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이 치유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러한 와중에 데이터에 대한 불투명한 제한조치, 반간첩법의 적용 확대 등 외국인들의 투자마저 위축시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필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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