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조선사 ‘슈퍼사이클’에 덩달아 웃는 조선기자재 업계

입력 2023-09-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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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수주량 5년 중 최대
조선기자재업계도 수혜 기대
전년 동기 대비 실적 성장세
낙관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제공=삼성중공업)

국내 조선 업계가 약 10년 만에 ‘슈퍼 사이클’을 맞으며 수주 호황을 이어가며 조선기자재업체들까지 낙수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4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 합산 수주잔고는 지난달 기준 총 742척, 3988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선박 수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92.2억 달러를 달성했는데, 전 세계 총 발주량의 29%를 한국 조선 업계가 수주한 셈이다.

주력 분야인 고부가·친환경 선박은 각각 61%, 50%를 차지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전 세계 발주량의 87%를 수주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슈퍼사이클을 맞은 조선사들처럼 조선기자재업체들 역시 최소 2027년까지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 3사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주를 이어가며 2026년까지 수주를 확보했고, 2027년 물량도 상당량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자재는 1~2개 업체가 독점 공급하는 구조인 경우가 많아 일정 기간을 두고 조선사 수주잔고가 곧 기자재업체 수주잔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LNG운반선은 올 하반기 카타르와 모잠비크에서 약 60척 규모 수주가 예정되어 있어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LNG 보냉재(LNG를 액체 상태로 보관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열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의 수주 잔고도 크게 늘어난 상태다.

한국카본의 올해 보냉재 누적 수주액은 7000억 원을 넘어섰고 수주잔고는 약 2조2000억 원 규모다. 지난해 한국카본의 총매출액이 약 37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6년 치 수주량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동성화인텍 역시 올해 1조1000억 원을 넘는 보냉재를 수주했으며, 수주잔고는 2조3000억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동성화인텍의 지난해 총매출은 약 4300억 원이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국카본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5300억 원, 영업이익은 80.2% 늘어 약 450억 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동성화인텍 역시 같은 기간 매출 5200억 원, 영업이익 340억 원으로 각각 20.6%, 1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 엔진 업체 STX중공업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9% 증가한 968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4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하반기에도 중국 업체들과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주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선실 제작 전문인 세진중공업 역시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97% 늘어난 148억 원을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제공=HD현대)

실적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자재업체들이 장기간 좋을 것이라고만 낙관하긴 힘들단 의견도 나온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결국 시장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인 수주가격이 20년이 지나도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 여전한 숙제”라면서 “수주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예상보다 저조한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조선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선가가 계속 낮아지거나 현상 유지를 하는 상황에서 기자재업체들이 원하는 만큼의 제품 가격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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