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염수 방류 열흘…소비자들 “불안하지만, 과학적 검증해 괜찮다”

입력 2023-09-03 15:44 수정 2023-09-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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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방사능 검사 등 안전강화, 소비자 불안감 해소 총력
“정부 과학적 검사·절차 거쳐 안전하다 발표…국내 수산물 계속 먹을 것”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 진열대 위에 수산물 할인, 수산물 안전 문구가 적 푯말이 세워져 있다. (문현호 기자 m2h@)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 진열대 위에 수산물 할인, 수산물 안전 문구가 적 푯말이 세워져 있다. (문현호 기자 m2h@)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에 국산 말고 노르웨이산 고등어 사 먹으려고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고 열흘이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진열대를 유심히 살피던 고객이 생선을 집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고민 끝에 카트에 담은 것은 ‘노르웨이산’ 고등어.

한아름(32) 씨는 국내산 대신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고른 이유로 오염수 방류에 따른 불안감을 꼽았다. 한 씨는 “아무래도 오염수 방류 이후 꺼림칙한 마음이 크다”며 “고민하다 먼바다에서 온 노르웨이산 생선은 괜찮을 것 같아 구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산물 코너 앞에는 5~6명의 고객이 생선을 둘러보고 있었다. 수산물을 20~40% 수준으로 할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산 고등어 전 품목, 제주 은갈치가 각각 30%, 40% 할인 판매 중이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최근 정부와 마트가 손을 잡고 대대적인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수산물 진열대 위에는 방사능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국내 수산물 안전합니다’라는 문구의 푯말이 붙어 있다. 푯말에는 정부의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도 표시돼 있었다.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스캔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하는 국내유통식품 방사능 검사현황과 함께 검사 대상 모두 기준치에 적합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진열대 안 포장된 국내산 생선에는 ‘국산’이라고 적힌 파란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등어에 '국산'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문현호 기자 m2h@)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등어에 '국산'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문현호 기자 m2h@)

수산물 코너 앞에서 만난 고객들은 불안한 마음에 수산물 먹기가 꺼려진다면서도, 오염수가 우리 바다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빨리 먹으려고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만큼 국내산 수산물보다는 멀리서 수입해온 외국산 수산물을 구매하겠다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동생과 함께 장을 보러 왔다는 박도현(30) 씨는 “오염수가 우리나라까지 오는 시간이 있다고 해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 사려고 왔다”면서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에 먹었을 때처럼 마음 놓고 편하게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박 씨는 “부모님께서도 수산물은 되도록 덜 먹으라고 권유하시는 편”이라고도 했다.

제철을 맞은 국내산 꽃게를 보러 왔다는 주부 김서연(40·가명) 씨는 결국 정육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 씨는 “꽃게가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관심이 갔지만, 그냥 안전하게 고기를 사 갈 생각”이라면서 “아이가 있어 소금 같은 것도 해외에서 만든 것을 따로 사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살피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살피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같은 날 찾은 서울 용산구의 다른 대형마트 역시 오염수 방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수산물 코너 곳곳에 자체 안전검사 시스템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가 게시돼 있었다. 또 ‘일본산 수산물 미취급’, ‘사전 비축 수산물’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통해 안전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고객들 역시 수산물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둠회를 집어 든 유소정(33·가명) 씨는 “마침 할인도 하고, 수산물이 오염되기 전 서둘러 먹으려고 샀다”면서 “앞으로는 불안한 마음에 점점 안 먹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바닷물과 연관 있는 김과 소금 같은 것들은 이제 어떻게 먹어야 하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일부 고객은 “과학적으로 검증을 거쳐 정부와 국제기구가 괜찮다고 하니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도 보였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형수(53) 씨는 “우리 정부도 과학적인 검사와 절차를 거쳐 안전하다고 발표한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도 국내산이라면 계속 먹을 계획”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해당 마트 수산물 코너 관계자는 “할인전을 진행하고 있고, 아직은 방류 초기라 오염수 영향권에 들기 전 먼저 먹거나 사두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 방사능 검사 결과가 적힌 안내문이 놓여져 있다. (문현호 기자 m2h@)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 방사능 검사 결과가 적힌 안내문이 놓여져 있다. (문현호 기자 m2h@)

이처럼 일본 방사능 오염수에 따른 논란이 커지자, 대형마트업계는 오염수 방류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방사능 안전관리 체계를 총 4단계(평시·주의·경계·심각)로 나눠 관리하고, 검사 건수도 25%에서 50%로 늘려 샘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후엔 안전관리 대응 단계를 상향, 주별 검사 건수를 확대했다.

롯데마트는 올 2월부터 오염수 방류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수산물 입고 단계별로 안전성 검사를 시행 중이다. 롯데안전센터가 분기별 1회 하던 샘플 검사를 주 4회로 확대했고 오염수 방류 이후엔 검사 횟수를 더 늘렸다.

홈플러스는 아예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산 수산물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서 국내산 수산물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에 상품 검사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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