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가짜 전문가, 진짜 전문가

입력 2023-09-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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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켜든 유튜브를 보든 자신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온갖 지식을 쏟아내는 이들이 많다. 가령, 주식 분야의 전문가를 자처하며 유튜브에서 초전도체, 맥신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테마주 투자를 독려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TV에서도 자칭 전문가는 정치경제과학 모든 토픽의 스토리텔러를 자처한다.

지식의 홍수시대, 가짜 전문가 전성시대

문자를 기반으로 한 신문, 서적을 읽으려면 문해력을 키우고 문맥을 이해하면서 스토리를 추론해야 하기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이에 비해 영상은 나 대신 누군가가 스토리를 요약해주고 쉽게 풀어 설명해주기에 훨씬 몰입도가 높다.

영상은 짧고 간결하며 군더더기가 없다. 쉽게 해당 이슈를 확인할 수 있고 요점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긴 어렵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필자 역시 영상콘텐츠에 너무 익숙해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영상콘텐츠를 통해 일부 지식을 쌓을 수 있어도 지혜를 축적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영상을 통해 지식이 전파될수록 대중은 잘못된 정보를 핵심지식으로 맹신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점에 있다. 투자 분야에서 검증된 실적과 업적을 쌓지도 않은 이들이 경제와 주식, 산업 전문가를 내세우며 지금도 초전도체, 맥신, 이차전지 투자 종목을 추천해준다. 그들의 목적은 조회수와 구독자 수뿐이다.

TV 프로그램에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적 식견을 갖춘 진짜 연구자가 아닌 이들이 등장해 정치와 경제, 사회와 역사, 과학을 마구잡이로 얘기하며 각각의 사안을 손쉽게 단언한다. 진짜 전문가는 절대 단언하지 않는다.

TV, OTT, 유튜브, SNS 등 플랫폼이 많아진다는 건 각종 정보가 두 배 세 배로 더 빨리 전파되고 확장될 수 있다는 뜻이다. 2012년 세계 최대의 인사관리 컨퍼런스인 SHRM에서는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대중은 지식의 홍수 시대를 경험하는데 이 가운데 잘못된 정보는 확산 속도가 더 빠르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특정 분야의 어려운 지식이나 용어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고 장려할 일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넘어 부족한 식견으로 특정 사안에 관해 단언하는 건 전문가의 올바른 자세라고 말할 수 없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진짜 전문가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짜 전문가를 찾는 시대가 돼야

김박사넷 등 교수의 자질을 평가하는 일부 사이트에선 방송 출연으로 휴강을 일삼고 학교 수업에 뒷전인 교수를 질타하는 학생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방송과 유튜브, SNS에서 인지도를 쌓는 이들 대신 각 분야의 숨겨진 진짜 전문가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 나선 모 언론사의 사내벤처팀을 만난 적이 있다. 관련 분야의 논문이나 보고서를 살펴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대중적 지식과 달라 진짜 전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해보겠다는 이들의 열정은 아쉽게도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막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를 뭘 굳이 검증해서 옥석을 가리려는지 모르겠다는 주위의 핀잔, 무관심, 장벽이 이들의 노력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잘못된 지식을 대중이 신뢰하는 사회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보석 같은 전문가, 인재들이 인정받는 사회만큼 건강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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