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람이 제일 문제"…해양쓰레기 '줍깅' 나선 여야 청년들

김용태·류호정·이동학, 시민 10여명과 영종도서 쓰레기 1t 수거
李 "해양 플라스틱, 인류 문명에 경고…정치가 풀어가야"
'줍줍 지구세탁실' 기획…녹색센터 방문·스타트업 간담회 예정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오전 인천 영종도 석산곶에서 해양쓰레기 '줍깅'(줍다+조깅) 행사를 마치고 쉬고 있다. (정호영 기자)

"무리해서 '줍줍'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세에 지장이 없으니까요(웃음)"

3일 오전 10시 반.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인천 영종도 석산곶에 여야 청년정치인 3명과 시민 10여명이 모였다. 영종도 해변에 가득한 플라스틱·폐어구 등 다양한 해양 쓰레기를 '줍깅'(줍다+조깅)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는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41·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와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33), 류호정 정의당 의원(31)이 마련했다. '줍줍 지구세탁실'이라고 명명한 한달 간의 '기후환경 프로젝트' 일환이다. 전직 기초의원, 회사원, 초등교사, 자영업자 등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기꺼이 휴일을 반납하고 이들의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가족 단위로 참여한 시민도 있었다.

본격적인 '줍깅'에 앞서 이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주변을 보면 알겠지만 쓰레기가 엄청 밀려온다. 오늘 주워도 내일 또 많이 온다"며 "돌 사이 낀 쓰레기도 많다. 안전사고가 있을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가 3일 인천 영종도 석산곶에서 '줍깅' 참가자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있다. (정호영 기자)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매년 국내에 유입되는 해양쓰레기는 14만여톤(t). 이 중 하천 유입 폐초목류를 제외한 플라스틱·생활폐기물 등 '순수' 인공 쓰레기만 5~10만t 규모라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사전에 준비한 목장갑을 착용한 참석자들은 현장에 마련돼 있던 100리터(L) 마대자루를 한 장씩 들고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현장에선 해류에 휩쓸린 스티로폼 부표부터 과자봉지, 패트병, 빨대, 담요, 장화, 밧줄, 썩은 음식물 등 쓰레기가 끊임없이 발견됐다. 비교적 오랜 기간 방치된 일부 쓰레기에선 상당한 악취가 풍기기도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썩은 물이 든 패트병이 많아 물 빼는 게 고역"이라며 "생활하며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 물은 무조건 빼고 버리겠다. 친구들에게도 열심히 알릴 것"이라고 했다. 또 "폐스티로폼을 물고기가 먹고, 이 물고기를 우리도 먹지 않나"라며 "이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인천 영종도 석산곶에 여러 쓰레기들이 놓여 있다. (정호영 기자)

특이한 쓰레기도 있었다. 유명 악세서리 브랜드 반지함을 찾아낸 30대 여성 참가자는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곳에서 뭔가 슬픈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제 치약과 주사기, 이불 등도 발견했다. 꽤 부피가 큰 이불을 수거한 참가자는 "이런 환경에서 지내는 바다생물이 불쌍하다"며 "사람들이 쓰레기와 함께 양심도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재활용 인증 마크가 새겨진 과자 봉지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최종 소비 주체인 개인의 노력, 인식 변화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좋은 정책을 마련해도 그냥 밖에 내다 버리면 소용없는 것 아닌가. 그러면 '친환경 인증 쓰레기'에 불과하다. 모순적인 쓰레기"라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석산곶에 즐비한 쓰레기를 바라보며 "사람이 제일 문제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좌측)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우측)이 쓰레기를 담은 마대자루를 옮기고 있다. (정호영 기자)

땡볕 속에서 쓰레기를 줍던 최연소 참가자 연모(14)군은 "안 힘들 줄 알았는데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군 옆에서 걷던 이 대표는 웃으며 "쓰레기가 육지에서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이렇게 바다로 오는 것"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땀에 흠뻑 젖은 채 약 1시간 가량 약 4~5km를 걸으며 마대자루 8포대를 쓰레기로 채웠다. 어림잡아 약 1톤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행사를 마치고 페이스북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캐내 만든 인공물질이 다시 자연에 버려져 생태계를 망가트리고, 초미세로 작아진 인공 플라스틱이 인체에도 스며들고 있다"며 "막대한 양의 쓰레기엔 손도 못 댔지만 플라스틱은 분명히 인류 문명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알아채야 한다"고 밝혔다.

▲3일 인천 영종도 석산곶에서 진행된 '줍깅'에 참여한 시민들.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

이어 "기후변화를 놔둘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며 "정치에서 그 전환의 과제들을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 의원도 페이스북에 "스티로폼 부표나 어업용 밧줄 같은 어업 관련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보였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며 "정부와 기업의 정책만큼 최종 소비자의 환경 의식도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부 참가자는 기후환경을 주제로 한 여야 청년정치인들의 연대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강남규 전 인천 서구의원은 "환경은 전문가나 시민단체에게만 맡겨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야의 젊은 정치인들이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과 행동, 전파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참신하고 굉장히 의미있는 시도"라고 전했다.

한편, 이 대표와 김 전 최고위원, 류 의원이 공동 기획한 '줍줍 지구세탁실' 프로젝트는 이날 모임을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이들은 우선 국내 기후위기 대응 기술력과 쓰레기 배출 현황 등을 청취하기 위해 녹색기술센터·자원순환센터를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환경 분야 스타트업 초청 국회 간담회, 태국·베트남 현지 정당과 기후환경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는 해외 일정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