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살 난 시진핑 ‘공동부유’의 꿈…중국 작년 도시 소득 격차 역대 최대

입력 2023-09-04 14:54 수정 2023-09-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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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빈부 격차 6.3배…농촌도 4년 만에 최대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에 저소득층 소득 압박
중국 GDP 4%, 무의미한 이자 비용으로 나가
금융자산 많은 부유층 가계 이득
진퇴양난 상황…민간기업 다시 압박도 어려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같이 잘 살자)’를 국정 기조로 내세워왔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도심 지역 상위 20% 가구의 일인당 실소득이 하위 20%에 비해 6.3배나 많았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5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같은 기간 농촌 지역 상·하위 20%의 평균 소득 격차도 9.2배까지 벌어지면서 4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구체적으로는 도시 지역 상위 20%의 평균 소득이 전년 대비 4.5% 늘었다.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로 코로나’ 정책 속에서 음식점 종업원 등 서비스업 종사자의 수입이 쪼그라든 반면, 문제 채권 처리 연기로 발생한 추가 이자 지급이 고액의 금융 자산을 가진 부유층에 또 다른 수입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 도시 봉쇄 등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쳤다. 이 여파로 대도시일수록 고용 환경이 더 나빠졌다. 실제로 중국 31개 대도시의 작년 실업률은 6.0%로 중소도시를 포함한 전체 실업률(5.6%)을 웃돌았다. 다케다 준 이토추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도시일수록 전체 산업에서 외식, 오락 등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소득 수준이 낮은 서비스업 종사자가 실업 또는 휴업에 내몰리면서 소득이 더 줄었다”고 분석했다.

▲3월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사람들이 메인 쇼핑 거리를 걷고 있다. 상하이(중국)/로이터연합뉴스
▲3월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사람들이 메인 쇼핑 거리를 걷고 있다. 상하이(중국)/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과잉 채무 문제가 소득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문제 채권이나 부실 기업 처리를 뒤로 미루면서 그만큼 불어난 이자 지급으로 금융 자산이 많은 부유층 가계와 기업이 득을 보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지방정부 산하 투자회사인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다. 불투명한 인프라 투자로 인해 빚더미에 앉은 LGFV가 많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숨은 정부 보증’이 있다는 인식으로 이자를 치르면서도 차환으로 살아남았다. 츠가미 토시야 일본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지난해 중국에서 건전한 경제 운영 하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무의미하게 지급된 이자 비용을 4조8000억 위안(약 870조48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진핑 지도부의 ‘공동부유’ 제창이 무색해졌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공동부유 정책을 앞세워 빅테크, 사교육, 부동산 등 민간 경제에 대해 강력한 규제책을 펼쳤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채 경기침체 리스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올해 리오프닝(경제 재개) 이후에도 중국 경제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득 개선 속도는 더디다. 저소득층 지원을 담당하는 지방정부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규제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 업종은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중국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를 그대로 방치해 빈부 격차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면, 불만의 화살이 중국 정부로 향할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 당국이 민간기업에 대한 압박을 다시 키운다면, 가뜩이나 더딘 중국의 경제 성장이 발목 잡힐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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