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부부상담은 협상이다

입력 2023-09-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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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정도 박 터지게(?) 싸우는 부부들을 만나 상담해 보니,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관상을 따져보게 된다. 오해하지 마시라. 애초부터 정해져 있는 운명을 드러내는 결정론적 관상이 아니다. 처음 상담실에 들어올 때 두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전체 상담 과정을 좌우하더라는 경험적 깨달음이라고나 할까.

따지고 보면, 부부상담은 일종의 협상이다. 이해 관계를 공유하는 두 상대가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에서 만나 전략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give & take) 과정이다. 그래서 부부상담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개인의 인성이나 사랑이 아니라 협상에 임하는 태도다.

A부부는 남편과 아내 모두 멀끔하게 생겼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태도도 정중하다. 그러나 갈등하는 이슈에 대해서 서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고 했다. 상대가 어떤 사안으로 힘들다고 호소할 때마다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지면서 시비를 가렸다. 정중하게 말했지만, 결국 자신은 전혀 잘못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들렸다.

반면에, B부부는 갈등하고 싸우는 정도는 A부부보다 좀 더 심각했지만, ‘이미’ 관계를 긍정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열쇠를 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열쇠는 바로 ‘맞아, 나도 조금은 잘못했지, 그 부분은 깨끗이 인정해’라는 태도였다. 두 사람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이런 태도를 보이면, 부부상담은 결국 산으로 가지 않는다.

부부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보통 아주 오랫동안 갈등을 겪다가 도저히 스스로는 문제를 풀지 못해서, 그러니까 참다참다 견디지 못해, 마지막 방법으로 부부상담을 선택한다. 말하자면, 이미 너무나도 멀어진 상태로 상담을 받으러 온다. 그래서 어렵다. 서로 뭔가 주고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적다. 뭔가 시도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아직 이 단계까지 오지 않은 부부라면, 정말로 크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권유할 수 있겠다. 바로 ‘내가 잘못한 부분’을 진솔하게 돌아보는 방법이다. ‘어쨌든 나도 잘못한 구석이 있다’고 겸허하게 인정하는 태도다.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한다면,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 이 균열이 홍수도 일으킬 수 있다. 잊지 마시라. Give & Take. 주고 받으면 관계를 지킬 수 있다.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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