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중요기술인데 지금은 글쎄”…기술유출 재판 '하세월' [산업스파이, 구멍난 법망]

입력 2023-09-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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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9-06 15:4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1심 선고된 307건 중 4년 이상 걸린 재판만 19건
산업기술성 등 요건 다툼…시간 지나면 기술 가치↓
“피해확산 방지 위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심리 필요”

(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기술유출 범죄는 재판 과정에서 다툼이 많다. 내용이 다소 복잡하고 유출된 기술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1심 재판에만 4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보석으로 풀려나고, 유출된 기술에 대한 가치 평가도 달라져 형량이 낮게 선고되는 경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전문성 있는 재판 절차로 선고까지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본지가 대검찰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법원에서 1심이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307건 가운데 1심 재판이 4년 이상 소요된 사건이 19건(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3년 이상 4년 미만 사건은 2건, 2년 이상 3년 미만 사건은 39건, 1년 이상 2년 미만 사건은 81건, 1년 미만 사건은 166건으로 나타났다.

재판에 넘어온 기술유출 사건 절반 가량(45.9%)이 선거까지 1년이 넘게 걸리는 것이다.

기술유출 사건 재판 진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피고인 대부분이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기술에 대한 여러 요건을 전문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데 있다. ‘범죄 행위’ 자체는 입증이 어렵지 않지만 재판에서 다퉈야 하는 기술의 내용, 가치 등에 대한 판단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유출된 기술에 대한 영업비밀성, 산업기술성 여부 등 객관적 요건을 입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피의자에게 고의나 부정한 목적 등 주관적 구성요건도 확인해야 한다. 통상 사실관계에 큰 다툼이 없는 폭행, 재산범죄 등 사건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쟁점이 많아질수록 재판 기일도 늘어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은 1심에서 최대 6개월까지 구속이 가능하다. 사안이 복잡해 6개월 내 1심 선고가 되지 않으면서 석방 상태에서 불구속 재판이 진행되는데, 이 경우 상대적으로 재판이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투데이DB)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투데이DB)

정창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사건이 어려운 만큼 기술 자료에 대한 엔지니어의 진술이나 서면 등이 많아지다 보면 재판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구속기간이 지나 보석허가 후 공판이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재판부나 공판검사가 바뀌면 파악하는 데 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사이 산업기술이 진화하면서 가치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정 변호사는 “판사 입장에서 검찰이 처음 수사 개시했을 때와 공소장을 통해 판결을 볼 때 간격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기술적 가치는 훼손될 수 있다”며 “절차 지연은 법원의 실질적 처벌 수준과 연관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도 “재판부는 공소제기 혹은 범죄 시점을 기반으로 피해액 산정이나 처벌 수위를 정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기술적 가치가 매우 낮아지면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로펌에서도 이러한 점을 이용해 공판 지연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실적으로 ‘기술유출 사건’만 특정할 순 없지만, 일반 사건보다 전문성 있는 심리를 통해 공판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고검장 출신의 김후곤 로백스 기술보호센터장(대표변호사)은 “기술이 유출됐다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데,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불법 취득한 기술이 사용된다”며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도 법원이 신속하게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집중 심리제도라든지 일주일에 한 번에서 두 번씩 재판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소송 지휘권을 가진 법원이 협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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