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美 연준의 기준금리 관전포인트

입력 2023-09-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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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年來 가장높은 수준에도 불구
목표한 물가안정 달성하지 못해
인플레 진압이 추가 인상 ‘잣대’

지난 7월 미국 연준은 통화정책 결정 회의인 FOMC에서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 상단을 5.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금리 인상이 지난해 3월 0%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감안할 때 불과 1년6개월 만에 5%가 넘는 금리 인상이 진행됐다. 인상 속도에 있어서는 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를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의 미국 기준금리 수준은 2001년 이후 가장 높다. 그렇지만 보다 놀라운 것은 연준 내 매파들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왜 5%가 넘는 고금리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을까?

여기서는 5%라는 금리가 높은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5%는 높은 금리일까? 코로나 직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유행하던 시기에 5%라는 금리는 다시 돌아가지 못할 금리 레벨로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코로나 당시 진행된 대규모 재정 및 통화 부양책으로 인해 40년 만에 거대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했고, 이를 제압하고자 빠른 금리 인상에 나서며 5%가 넘는 기준금리가 재현된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연준이 치솟는 물가를 제압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점이다. 현재의 기준금리가 높다고 본다면 연준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물가가 안정돼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중립금리’라는 개념이 있다. 물가를 자극하지도, 혹은 끌어내리지도 않는 가장 적정한 수준의 금리를 일컫는 말인데, 지금의 금리가 중립 금리 레벨에 있다면 추가로 물가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만약 지금의 금리하에 물가가 빠른 하락세를 보인다면 중립금리보다 높은 수준, 즉 제약적이면서도 긴축적인 수준의 고금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준은 자신들의 목표인 연 2%의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 혹은 인하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연준이 5.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근원 물가 기준으로 4.7%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를 2021년 3월에 넘어선 이후 2년 5개월이 넘도록 물가 목표로 되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5%라는 금리가 높은지를 기존에 우리가 겪어왔던 금리와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해당 금리가 실제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적어도 연준의 관점에서는 물가를 안정시킬 정도로 높은 금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연준 내 매파는 추가 금리 인상 카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반면 신중론을 펼치는 반대편의 비둘기파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비둘기파는 지금의 연준 기준금리가 충분히 높은 수준까지 인상되었다고 말한다. 금리 인상 효과는 인상과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 금리 인상은 전체 경제 주체에 고르게 영향을 주게 되는데, 그 영향이 퍼져나가면서 물가 자체를 자극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인상 이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에 기준금리를 빠르게 추가 인상하는 것은 감기에 걸려서 약을 복용하는데, 먹어도 바로 낫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약을 수십 정 복용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충분히 높게 인상한 만큼 이제는 천천히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보고, 그럼에도 물가가 제압되지 않으면 신중하게 추가 인상에 나서자는 것이 비둘기파 입장이다.

실제 연준에서는 추가 인상의 가능성를 열어두고 향후 예정된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 회의인 FOMC에서 매회 물가 변동 상황을 라이브로 모니터링하며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금융 시장 참여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매파는 추가 금리 인상을, 비둘기파는 현재의 높은 금리를 상당 수준 이어가면서 물가를 안정시킬 것을 기다리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바,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 옵션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연준 내 매파는 추가 인상을, 연준 내 비둘기파는 현재의 높은 금리를 꾸준히 유지할 것을, 마지막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바라보고 있다. 일견 높아보이는 금리이지만, 물가 안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실제 시장이 기대하는 기준금리 인하로의 피벗, 즉 태세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 시장은 미래를 프라이싱(pricing)한다. 연준의 금리 인하와 같은 피벗 기대를 반영하고 자산 시장이 뜨겁게 반응한 면이 있었다면 그런 기대에 대한 실망감이 나타나고, 그런 실망감은 자산 시장에서 변동성 확대로 나타나게 된다. 금리가 이례적으로 높기에 추가 인상이 어려워지거나 인하로 돌아서기보다는 금리 인상을 단행한 근본적 원인이었던 강한 인플레이션의 진압이 현실화되는지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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