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나는 빌런!”…‘날것의 사랑’에 열광하는 사람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9-07 16:08 수정 2023-09-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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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OLO’ 16기 출연자 영숙. (출처=ENA·SBS PLUS ‘나는 SOLO’)
▲‘나는 SOLO’ 16기 출연자 영숙. (출처=ENA·SBS PLUS ‘나는 SOLO’)
ENA·SBS PLUS 리얼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SOLO’(이하 ‘나는 솔로’)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SNS, 직장인 커뮤니티 등 온라인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어제 방송 봤어?”라는 들뜬 질문이 오가고 있는데요. 현재 방송 중인 기수가 유독 남다른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번 10명 이상의 남녀 솔로가 출연하는 ‘나는 솔로’는 기수제로 진행됩니다. 솔로 남녀가 실명 대신 영수, 광수, 영철, 영식, 영호, 상철, 경식, 영자, 영숙, 순자, 옥순, 정숙, 현숙, 정자 등 가명을 사용해 4박 5일간 ‘솔로나라’에 함께 머무르며 자신의 인연을 찾는 방식인데요. 현재 출연하고 있는 16기 솔로남녀들은 이혼 경험이 있는 ‘돌싱’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돌싱 특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방송된 10기 역시 돌싱 특집이었는데요. 해당 기수는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수도권 유료 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5.7%(ENA·SBS PLUS 합산 수치)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6.2%까지 찍었죠. 10기는 총 10회 전파를 타며 방송 시작 이래 가장 많은 회차로 구성되기도 했습니다. 10기 ‘그대좌’ 영식의 “어이구, 애기야”, 영수의 “손풍기 없어?” 등 주옥같은 대사는 방송 이후 1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시청자들 뇌리에 각인돼 있죠.

‘나는 솔로’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연애 프로그램을 ‘나는 솔로’로 입문하면 다른 프로그램은 시시해서 못 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른 연애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이 명확하다는 건데요. 대체 방송의 어떤 요소가 도파민을 돌게 하는 걸까요?

▲‘나는 SOLO’ 4기 출연자 영철. (출처=SBS 플러스·NQQ ‘나는 솔로’)
▲‘나는 SOLO’ 4기 출연자 영철. (출처=SBS 플러스·NQQ ‘나는 솔로’)
‘빌런’, 높은 시청률 견인하나…“이번 기수 빌런은 누구?”

‘나는 솔로’는 2021년 7월 14일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솔로나라’에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죠.

‘나는 솔로’가 첫 방송과 동시에 시선을 사로잡은 건 아닙니다. 연예 예능의 원조 격인 SBS ‘짝’으로 큰 사랑을 받은 남규홍 PD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으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은 건 4기에 들어서였죠. 4기 영철의 ‘활약’ 덕분(?)이었습니다.

4기 영철은 함께 출연한 정자, 정순 등 여성 출연자를 향한 무례한 언행으로 논란을 빚었습니다. 강압적인 언행을 하고, 선택을 종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많은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자아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이 사건으로 정자는 심리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해 영철을 향한 비판이 더 거세지기도 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영철의 태도 논란 관련 방송 회차에 대해 행정 지도인 ‘권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영철이 정자를 몰아세우는 과정이 자극적으로 연출돼 시청자들이 불편을 느꼈다는 민원 제기에 따른 조치였죠.

그러나 4기 영철은 억울하다고 호소하며 정자, 정순을 향한 저격성 게시물을 올려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방심위의 조치에 대해서는 “권고 사항이지 않냐. 내가 뭐 죄를 지었냐”며 “방송 편집본은 전체 10분의 2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머지 8을 못 본 거다. 그걸 보게 되면 ‘이럴 수가’라는 말밖에 안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4기 영철 외에도 10기 영식, 12기 광수, 16기 영숙·영자 등의 이름이 시청자 사이에서 활발히 거론되며 ‘나는 솔로’의 시청률도 상승세를 탔습니다. 2021년 7월 0%대로 시작한 전국 통합 시청률은 4기를 기점으로 2%대에 진입, 6기엔 3%대로 올라섰고, 2~3%대를 오가다가 돌싱 특집인 10기에선 4.7%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6일 방송된 16기의 최신 회차는 영자의 ‘가짜뉴스’, 영숙의 ‘경각심’ 발언이 낳은 출연자들 사이 갈등이 폭발하며 5.9%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죠.

이에 시청자들은 “빌런의 출연 여부가 화제성을 결정한다”는 농담을 하고 있는데요. 소위 ‘빌런’이 등장할 때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 경신되는 실정이라, 이를 농담으로만 치부할 순 없을 듯합니다.

▲‘나는 SOLO’ 9기 출연자 영숙, 광수. (출처=SBS PLUS·ENA PLAY ‘나는 SOLO’)
▲‘나는 SOLO’ 9기 출연자 영숙, 광수. (출처=SBS PLUS·ENA PLAY ‘나는 SOLO’)
‘나는 솔로’ 가장 큰 특징은 ‘극사실주의’…출연자 진정성 돋보여

제작진은 ‘나는 솔로’를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사랑을 찾아가는 현실적인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는 건데요. 수많은 출연자의 내밀한 감정이 전파를 탔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솔로 남녀는 ‘솔로나라’에 입성해 가명을 사용하지만, 자신의 나이, 직업, 이상형을 공개하면서 직접 자기소개에 나서는데요. 이들은 모두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 전문직 종사자의 출연이 잦아지며 ‘스펙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는 솔로’는 결혼에 간절한 이들이 출연해 치열한 경쟁, 자기 어필을 벌인다는 점에서 타 프로그램과 차이를 두죠.

출연진 각자의 욕망, 폭발하는 감정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할 때도 있지만, 이런 솔직한 모습은 다른 연애 프로그램에선 보기 힘든 요소입니다. 다른 연애 프로그램에서 간질거리는 사랑의 감정을 연출하는 데 공을 들인다면, ‘나는 솔로’는 출연진의 사연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강조하는데요. 포장된 로맨스가 아닌, 날것에 가깝다는 평이 나옵니다. 방송을 업으로 삼지 않은 이들을 관찰자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더욱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슈퍼 데이트권 확보 등을 위한 미션, 개인 인터뷰 외에는 제작진이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드물죠.

즉, ‘나는 솔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출연진의 진정성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로맨스보단 출연진의 진솔한 모습을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몰입과 응원을 부르고 있는 겁니다.

▲‘나는 SOLO’ 16기 출연자 광수. (출처=ENA·SBS PLUS ‘나는 SOLO’)
▲‘나는 SOLO’ 16기 출연자 광수. (출처=ENA·SBS PLUS ‘나는 SOLO’)
출연진 ‘일반인’이라는 사실 명심해야

다만 일각에서는 제작진의 태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합니다. 출연자들의 감정싸움, 비방, 경쟁 등 갈등 요소가 고스란히 공개되면서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출연자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용기를 낸 평범한 사람들인 만큼, 이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례로 15기 현숙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데이트에 나서는 미션을 “웨딩드레스 입는 순간을 평생 그려왔는데,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입는 것이 아니면 입을 수 없다”며 거부한 바 있습니다. 이 장면은 신선함을 자아낸 흥행 요인으로도 작용했지만, 제작진·현숙을 향한 비판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현숙이 다른 출연진을 무안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시청자들이 현숙을 책망하도록 한 제작진의 연출 방향이 아쉽다는 의견이 이어진 건데요. 시청률과 화제성을 견인할 수 있는 ‘빌런 만들기’에 치중하다 보니, 현숙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겁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나는 솔로’가 단순한 연애 프로그램이 아닌,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는 관찰 다큐멘터리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나이와 직업을 가진 이들이 외부와 단절된 ‘솔로나라’에 모여 사랑을 찾는 과정에서 다양성이 체감된다는 겁니다.

어느덧 100회를 훌쩍 넘긴 ‘나는 솔로’. 이번 16기의 이야기는 반환점을 돌고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6일 방송 말미 예고편에는 광수와 영철의 일촉즉발 상황이 담기면서 또 한 번의 갈등을 예고했습니다. 출연진의 내밀한 서사와 함께 이를 그려내는 제작진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면 더 큰 화제를 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방송이 보여줄 ‘사랑’이라는 본질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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